[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부천의 한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여성 전도사와 교회 주차장 및 전도사 자택에서 단둘이 장시간 머무른 사실이 드러나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일부 교인은 담임목사가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임해야 한다고 나섰다. 반면, 담임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결코 부정한 일이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발생한 부천 ㅊ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수인 총회장) 소속으로, 교단 내에서도 유명한 교회 중 하나다. 1994년 설립된 ㅊ교회는, 25년간 꾸준히 성장하며 지역 유수의 교회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교인은 약 3000명이다.

박 아무개 목사는 김 아무개 원로목사 뒤를 이어 2019년 3월, 2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잡음은 곧장 불거졌다. 그해 말, 교인 최 아무개 집사를 전도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일부 교인은 최 집사가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전도사에 임명됐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최 집사는 박 목사 뜻대로 연말부터 ㅊ교회 전도사로 일하게 됐다.

지하 주차장 구석 주차 후 단둘이 1시간
늦은 밤 전도사 집에도 수차례 방문
교회 CCTV에 1달여간 13회 포착
ㅊ교회는 교인 3000명 규모로, 교단은 물론 지역에서도 대형 교회다. ㅊ교회는 최근 2019년 2대 담임으로 부임한 박 아무개 목사와 최 아무개 전도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ㅊ교회는 교인 3000명 규모로, 교단은 물론 지역에서도 대형 교회다. ㅊ교회는 최근 2019년 2대 담임으로 부임한 박 아무개 목사와 최 아무개 전도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제는 2020년 2월 불거졌다. 2월 18일, 교인 A는 새벽 예배가 끝난 후 자리에 앉아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도회를 마친 박 목사가 본당 뒷좌석에 앉은 최 전도사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A가 보기에는 박 목사가 최 전도사에게 귓속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본당을 나갔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는 2월 23일 오후 6시쯤,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교회로 향했다. 교회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다가 A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주차장 출입구 경사로 중간에 한 여성이 차를 세우더니 중년의 남성이 내려 도로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박 목사가 타는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했다.

이날은 신천지발 코로나19가 대거 확산한 후 처음 맞은 일요일이었다. ㅊ교회는 주일 오전 예배만 진행하고 오후 예배는 하지 않았다. A가 예배당을 찾은 오후 6시 전후는 교회에 사람이 없을 때였다. 또 박 목사가 굳이 진입로 중간에 내려서 도로 지하로 걸어 내려가 자기 차에 탄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했다.

A는 교회 김 아무개 부목사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 이 사실을 알리고,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편지를 받은 김 목사는 3월 중순, 교회 CCTV를 돌려 봤다. A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2월 18일 새벽 기도 상황은 본당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박 목사는 최 전도사에게 말을 걸기 전, 주위를 한두 차례 둘러봤다. 이후 최 전도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본당을 빠져나갔다. 최 전도사는 박 목사 뒤를 따라나섰고, 두 사람은 박 목사 집무실이 있는 본당 2층 당회실 안으로 이동했다.

2월 23일 일요일 오후 목격담도 사실이었다. 오후 6시 15분쯤, 최 전도사가 운전하는 쏘나타 차량이 지상 출입구 램프 경사로까지 올라와 잠시 정차했다. 이후 박 목사가 내리더니 램프 경사로를 걸어 내려와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했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박 목사는 오후 5시부터 최 전도사 차에 타고 있었다. 이들은 CCTV로 보기 힘든 주차장 구석에 차를 대고 1시간 정도 머물렀다.

A의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자, 김 목사는 그 외에 특이한 상황이 더 있었는지 CCTV를 돌려 보기 시작했다. 석연치 않은 상황은 몇 차례 더 있었다. 2월 11일 오후 3시 25분, 최 전도사가 쏘나타를 끌고 교회를 빠져나갔다. 5분 후, 박 목사가 걸어서 교회 본당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5시 40분, 최 전도사 차로 교회에 복귀했다. 따로 나갔다가 함께 들어온 것이다. 두 사람은 2월 21일 밤과 22일 밤에도 교회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최 전도사 차량에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머물렀다. 이렇게 박 목사와 최 전도사가 같은 차량에 장시간 머무르거나, 따로따로 외출한 후 최 전도사 차량으로 복귀한 경우는 2월 11일부터 3월 21일까지 총 13회였다.

박 목사와 최 전도사가 같은 공간에 장시간 머물렀다는 소문은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교인은 최 전도사가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도 찾아갔다. 그곳에 박 목사 차량이 주차된 장면도 확인했다. 이들은 관리사무소에 "사기꾼이 있어 CCTV를 확인하고 싶다"며 열람을 요청했고, 3월 26일과 27일 밤 박 목사와 최 전도사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1시간 정도 머무른 후 나오는 장면도 확인했다.

기도원 다녀온 박 목사 '결백' 주장
CCTV 확인한 부목사 징계하고 형사 고소
노회는 박 목사 불기소, 부목사는 기소
박 목사와 최 전도사는 교회 지하 주차장 차량에서 1시간 가량을 머물곤 했다. 박 목사는 최 전도사의 고민을 들어 주고 기도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수석에 타지 않고 뒷좌석에 탑승했다고도 말했다. 한편 최 전도사는 자신의 얼굴이 나온 영상을 무단 유출·유포했다며 CCTV 영상을 공개한 부목사를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 목사와 최 전도사는 교회 지하 주차장 차량에서 1시간 가량을 머물곤 했다. 박 목사는 최 전도사의 고민을 들어 주고 기도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수석에 타지 않고 뒷좌석에 탑승했다고도 말했다. 한편 최 전도사는 자신의 얼굴이 나온 영상을 무단 유출·유포했다며 CCTV 영상을 공개한 부목사를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 목사를 둘러싼 소문은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교회에 퍼져 나갔다. ㅊ교회 당회는 박 목사 거취 논의에 들어갔다. 당회는 4월 3일 박 목사에게 자진 사임을 권유했다. 박 목사는 곧바로 기도원에 들어갔다.

일주일간 기도원에 다녀온 박 목사는 당회원들 앞에서 "기도해 주러 간 것이다. 결백하다"고 항변하며 사임을 거부했다. CCTV를 확인한 김 부목사는 정직 처분하고 교회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CCTV 관리자는 담임목사인 자신인데, 허락 없이 영상을 유출하고 유포했다는 이유였다. 최 전도사는 '몰카 사건'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김 목사를 형사 고소했다.

자진 사임으로 의견을 모았던 당회는 박 목사 해명을 들은 후 양분됐다. 4월 19일 열린 당회에서는 '5주간 설교 중지 및 2년 후 재신임 투표'로 완화된 안을 내놨지만, 당회원 장로 14명은 7대 7로 나뉘어 이 결의가 유효한지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당회가 혼란을 겪으면서 교인들도 분열했다. 박 목사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담임목사와 전도사 간 부적절한 의혹이 있다며 4월 중순 노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자 박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도, 김 목사를 포함한 소수 교인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담임목사 사임을 선동한다며 5월 말 노회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이 이어지는 동안 교회에서는 피켓 시위와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5~6월에는 주일예배 전후로 고성과 욕설, 폭력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최초 50명이 시작한 피켓 시위는 6월 말 120명까지 늘어났다.

한편, 노회 대응도 원만하지 않았다. ㅊ교회가 속한 예장고신 경기서부노회 기소위원회는 박 목사에 대해서는 불기소(기소유예)를, CCTV를 돌려 본 김 목사에 대해서는 기소를 결정했다. 박 목사에 대한 기소를 유예한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 예장고신 총회가 '노회 기소위원회'를 폐지하기로 결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소위원회 결정도 정당성 시비에 휘말렸다.

결국 경기서부노회는 7월 임시노회를 열고 이 사건을 총회 재판국에서 위탁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목사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노회가 법적 근거도 없이 봐주기 결정을 내렸다 번복하며 우왕좌왕한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 "차에서 기도, 집에서 신학 강의
한국 목회 정서상 실수 인정"
'원로목사가 내쫓으려 기획' 의심도

<뉴스앤조이>는 박 목사와 약속을 잡고, 8월 9일 ㅊ교회 예배당에서 그를 만났다. 박 목사는 이 자리에 자신을 지지하는 시무장로·은퇴장로·장립집사 등 10명을 대동했다.

박 목사는 "단순히 기도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2월 18일 새벽 기도 후 최 전도사를 당회실로 데려간 것은, 그가 울며 기도하고 있기에 무슨 일인지 듣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후 몇 차례 교회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것도 최 전도사가 처한 사정 때문에 기도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왜 지하 주차장 최 전도사 차량 안에서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만약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났다면, 부교역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최 전도사와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이상하게 비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지하 주차장에서 기도해 줬다. 그러나 더 조심했고, 나는 항상 조수석이 아닌 뒷좌석에 앉아 최 전도사와 대각선으로 거리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최 전도사 집에 간 것은 "한국적 목회 정서상 명백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박 목사는 "3월부터 고려신학대학원 비대면 수업이 시작됐는데, 최 전도사가 신조학信條學 공부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그 집에 가서 50분간 강의했고 신학 서적도 몇 권 줬다. 내 아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 전도사 어머니도 내가 그 집에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행자 없이 간 것은 한국적 목회 정서상 내 실수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 이민 목회 경험을 이야기하며, 뉴질랜드에서는 이렇게 기도해 주는 상황이 크게 문제 되지 않고 복장이나 격식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교회 지하 주차장에서 단둘이 있었던 점이나, 전도사 집에 찾아간 것 모두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자신이 명백하게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 앞에 떳떳하다. 어떻게 목사가 주일날 예배당에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회 집사에 신학도 전공하지 않은 최 전도사를 교역자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여성 전도사 4명이 한 번에 사역을 그만두게 됐다. 연말에 갑자기 전도사를 뽑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교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최 전도사는 지난 1년간 새벽 기도 시간마다 담임목사인 나보다 더 오래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전도사를 제안했고, 그가 수락했기 때문에 뽑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 목사는 교인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원로목사와 함께 이 사건을 계획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기자에게 "기도원에 올라가 요한복음을 묵상했다. 그러면서 사임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묵상 중 이번 사건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사건이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로목사의 묵시적 동조 또는 개입하에, 일부 교인이 사임을 요구하며 사건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어떤 교인은 자신과 최 전도사가 인천 한 백화점에서 팔짱 낀 장면을 목격했다는 가짜 소문을 유포했고, 부목사는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수개월 치 CCTV를 뒤지고 허위 사실로 최 전도사 아파트 관리사무소 영상을 유출했다고 의심했다. 박 목사와 동석한 교회 장로들도 "원로목사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다. 담임목사를 사임시키기 위해 기획한 사건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 목사 사임 요구 교인들
"프레임 씌우려는 시도 황당
이유 여하 불문하고 윤리 문제"
박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6월 한 달간 피켓 시위를 벌였다. 50명에서 시작한 시위 인원은 6월 마지막 주 120명까지 늘어났다. 매주 시위가 벌어지면서 양측 교인이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6월 한 달간 피켓 시위를 벌였다. 50명에서 시작한 시위 인원은 6월 마지막 주 120명까지 늘어났다. 매주 시위가 벌어지면서 양측 교인이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 목사의 즉각 사임을 요구해 온 교인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피켓 시위에 참가했던 한 교인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담임목사와 전도사가 수차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로목사가 뒤에서 조종한다는 식의 말은 가당치 않다.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 갈등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로도 "핵심은 박 목사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혼 전도사와 지하 주차장 사각지대에서 30분에서 2시간씩 만났다. 박 목사는 기도해 줬다지만 납득할 수가 없다. 윤리 의식이 부재한 것 아닌가. 올바르게 판단해서 권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목사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담임목사를 고발해 쫓아내려는 게 아니다. 단지 의혹을 확인해 달라는 교인 요청에 CCTV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CCTV를 무단 유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과거 스토킹 사건이 발생해 범인을 잡기 위해 CCTV를 돌려 본 적이 있다. 그때도 담임목사 허락을 받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당시 영상은 최 전도사를 위해 돌려 본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몰카범'으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김 원로목사와 최 전도사에게도 전화했으나, 이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원로목사는 "평생을 바친 교회가 분열돼 마음이 매우 좋지 않다. 자세한 것은 재판국에 가서 말할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최 전도사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박 목사 지지 교인들과 반대 교인들 간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총회 재판국 화해조정위원회는 8월 5일까지 총 3차례 ㅊ교회 교인들을 만나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 과정에서 박 목사가 조건 없이 사임하면 분립 개척이나 재정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안이 나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중재가 결렬됐다고 본 총회 재판국은 8월 14일 박 목사 사건을 판결할 예정이다. 단 박 목사 쪽에서는 총회 재판국이 이미 편파적 행보를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어,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 목사는 기자에게, 최대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사회 법으로 대응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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