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 부목사 이력 때문에 광주광역시 A교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황○영 목사는 A교회에 청빙된 후 2년 만에 쫓겨나듯 나왔으나, 두 달 만에 A교회에서 1km 떨어진 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A교회 장로들은 황 목사 처신에 기가 막힌다며 <뉴스앤조이> 문을 두드렸다. 반면, 황 목사는 오히려 자신이 장로들 횡포를 <뉴스앤조이>에 제보하고 싶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7년 황 목사가 A교회에 청빙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가 교회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서울의 한 대형 교회에서 성실하게 부교역자 생활을 한 이력과 여수에서는 179명을 전도한 전도왕 출신이라는 전적이 적혀 있었다. 부교역자를 구하던 A교회는 황 목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1년간은 무탈하게 지냈다. 이력서 내용이 허위이고, 그가 감춘 기간에 일어난 일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뉴스앤조이>는 광주를 직접 찾아 A교회 관계자들과 황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또 A교회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황 목사가 거쳐 간 교회들에도 사실을 확인했다. 황 목사 이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그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도 사역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 기사 두 개로 나눠 담는다.

황 목사가 광주 A교회에 제출한 이력서. 황 목사는 과거 사역했던 교회 중 두 곳을 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황 목사가 광주 A교회에 제출한 이력서. 황 목사는 과거 사역했던 교회 중 두 곳을 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청년 성추행한 목사가 어떻게 다시…"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황 목사 이력
진상조사위원회 구성하고 조사 착수

A교회 장로들은 우연한 계기로 황 목사의 진짜 이력을 알게 됐다. 2018년 초, A교회 우 아무개 담임목사는 광주 한 대학에 후원금을 기탁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이때 부교역자였던 황 목사가 우 목사를 수행했다. 그런데 그 대학 교수였던 광주 B교회 강 아무개 장로가 황 목사를 발견했다. 강 장로는 황 목사 얼굴을 쉽게 기억해 냈다. 10년 전 그가 B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떠났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2018년 10월, A교회 장로들 귀에도 들어가게 됐다. 장로들은 황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둘째 치고, 그가 전에 광주에서 목회한 경험이 있는지도 몰랐다. 황 목사가 제출한 이력서에는 B교회 이력이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회는 이 사안을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2018년 12월 황 목사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형식상 권고사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임에 가까웠다.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황 목사가 두 달 후인 2019년 2월 A교회 바로 옆 동네에 교회를 개척했다. 게다가 A교회 일부 원로 중직자가 황 목사를 도왔고, A교회와 황 목사가 개척한 교회를 오가는 교인들도 생겨났다.

A교회 장로들은 "당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처사"라며 분개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교회를 사임한 직후 지근거리에 교회를 개척한 것도 모자라, 교인들까지 빼 가고 있다는 것이다. A교회는 장로 4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황 목사 과거 이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났다.

광주 A교회에서는 '허위 이력'
광주 B교회에서는 '성 추문'
서울 D교회에서는 '전도사와 내연 관계'
고양 F교회에서는 '재정 문제'
여수 E교회 전도왕 경력도 '갸웃'

황 목사가 A교회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2008~2011년 서울 C교회, 2011~2014년 D교회, 2014년 12월~2016년 말 여수 E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는 "C교회에서 만 3년 2개월 사역했다", "서울에서 사역하던 중 고향인 여수 E교회의 부르심이 있어 (중략) 2014년 12월 여수로 내려왔다"고 시기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는 거짓이었다. 실제로 황 목사는 2008~2009년 C교회에서 사역했고, 2009년 12월 말부터 2011년 7월까지는 광주 B교회, 2011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는 서울 D교회,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는 고양 F교회,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는 여수 E교회에서 시무했다. 이력서에서 광주 B교회와 고양 F교회를 지우고, 서울 C교회와 D교회 경력을 늘린 것이다. 황 목사의 실제 시무 내역은 각 교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광주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는 2019년 3월부터 7월까지, 황 목사가 숨긴 광주 B교회와 고양 F교회를 비롯한 모든 교회에서의 행적을 조사했다. 황 목사가 거쳐 간 교회 관계자들과 만나고, 과거 황 목사와 관련한 재판 기록을 입수하는 등 자료를 수집했다. 마지막으로 황 목사를 불러 소명도 들었다.

대학에서 황 목사를 목격했다는 광주 B교회 강 장로는 2019년 3월, 황 목사의 과거 성추행 논란에 관한 '사실 확인서'를 써서 A교회에 보냈다. 강 장로는 "A교회 담임목사님께서 2018년 3월 초 대학 총장실을 예배 인도차 방문하셨고, 본인도 예배에 참석했다. 목사님을 수행하던 예장통합 소속 황○영 목사와 우연히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황 목사가 아직도 광주에서 목회 사역을 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B교회에서 성추행으로 불명예 퇴임을 했기에 적어도 광주에서는 사역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고 썼다.

강 장로는 성추행 내용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사건이 발생한 2010년 당시 자신은 교육위원장이었고, 황 목사는 교육 담당 목사였으며, 자기 아들은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아들이 찾아와 황 목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라고 했다. 황 목사가 한 청년을 승용차에 태워 고등학교 주차장에 데리고 가서 배를 쓰다듬는가 하면, 당시 시무장로의 친족인 다른 학생에게도 추행을 일삼았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강 장로는 A교회가 요구하면 이 내용을 공개적으로 증언할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인들에게 게시한 안내문. 교회는 황 목사가 이력을 숨긴 사실과 과거 교회에서의 성추행을 증언한 장로에게 받은 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인들에게 게시한 안내문. 교회는 황 목사가 이력을 숨긴 사실과 과거 교회에서의 성추행을 증언한 장로에게 받은 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황 목사는 광주 B교회를 사임한 후 옮긴 서울 D교회에서도 불미스럽게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전도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 발각된 것이다. 황 목사와 상대 전도사 모두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였다.

황 목사는 전도사에게 "만나고 싶다", "사랑한다", "하나님이 당신을 내게 허락해 주신 것 같다"는 등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이 사실이 2012년 9월 전도사 남편에게 발각됐다. 남편은 황 목사에게 연말까지 교회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황 목사는 떠나지 않았고, 결국 전도사 남편은 2013년 D교회 담임목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결국 황 목사는 2013년 7월 D교회를 사임했다.

황 목사와 전도사가 내연 관계였다는 사실은 법원 판결로도 드러났다. 전도사와 이혼한 남편이 2016년, 황 목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피고(황 목사)와 전도사 사이의 대화 내용이나 행적, 상대방의 호칭 등이 통상 존재하는 친분의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전도사와 이혼할 때 위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이 소송은 기각됐다.

법원은 피고(황 목사)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위자료를 1000만 원으로 정했으나, 이미 원고의 배우자가 지급한 위자료에 이 액수가 포함되었다고 보고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법원은 피고(황 목사)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위자료를 1000만 원으로 정했으나, 이미 원고의 배우자가 지급한 위자료에 이 액수가 포함되었다고 보고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고양 F교회에서는 재정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F교회는 담임목사 목회 활동비도 매달 20만 원만 지급하고, 1년에 두 차례 감사를 시행하는 등 재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교회로 알려졌다. 황 목사는 재직 당시 청년부 목회 활동비 15만 원을 매달 증빙 없이 사용하다가 감사부에서 지적을 받았다. F교회 담임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재정 문제가 신뢰를 잃은 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1년 만에 여수로 임지를 옮겼다.

여수 E교회에서는 교인 180명을 전도해 '전도 간증 집회'를 다니는 등 승승장구했다. 황 목사는 A교회에 낸 이력서에, E교회에서 '전도왕'으로 뽑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A교회 장로들 역시 "전도왕이라는 경력이 부목사 청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E교회 장로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이 전도왕 이력도 석연찮다. E교회 장로는 "황 목사는 교회에 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줬다. 사람들이 돈 준다고 하니까 좋다고 따라올 것 아닌가. 외국인들은 점심 한 끼 먹고 돈도 받으니까 왔던 게 사실이다. 많이 데려오긴 했지만 정착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목사가 전도왕을 자처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목사라면 당연히 전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황 목사, 논란 적극 소명
"허위 이력서, 외도, 재정 문제는 잘못
성 추문은 사실 아냐
장로들이 목회 못 하게 압박"

<뉴스앤조이>는 3월 31일, 광주에서 황 목사를 만났다. 황 목사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고, 오히려 자신이 A교회 장로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적극 입장을 밝혔다. 약 2시간 동안 그는,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제기한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회에 소명하기 위해 제작해 둔 30쪽 분량의 소명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황 목사는 A교회 이력서에 과거 교회 경력을 숨긴 점, 서울 D교회에서 전도사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점, 고양 F교회에서 재정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이력을 숨긴 것은 자신도 과거를 기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그런 것 같다며 잘못했다고 시인했다. F교회에서 월 15만 원 활동비에 대한 감사 지적을 받아, 감사위원회에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이후부터 활동비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D교회에 있을 때 전도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에 대해서는 "잘못한 것은 맞지만, 남들이 상상하는 그런 정도의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전도사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였다고 했다. 또 황 목사는 전도사 가정이 원래부터 불화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가정을 파탄 낸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 외 문제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광주 B교회에서는 성추행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황 목사는 "청년부 리더 모임 마치고 청년을 집에 데려다주다가 일이 발생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차로 태워다 주었는데, 그 청년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이후 그 청년 남자친구가 화를 내더라. 그것이 성추행으로 와전된 것 같다. 나는 교회에 누가 될까 봐 사임한 것이지 성추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떠난 것은 오히려 B교회의 보수적인 문화와 당회 때문이었다고 했다.

B교회 강 장로는 A교회에 사실 확인서까지 써 주며 황 목사가 어떤 청년을 추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왜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지 묻자, 황 목사는 "그럴(강경하게 대응할)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먼저 알아봐야 한다. 분명히 당시 그 청년은 배가 아프다고 했고 나는 등을 두드려 준 것밖에 없다. 나는 교회 청년들을 추행한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여수 E교회에 있을 때 외국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교회에 데려온 점도 인정했다. 그는 "그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데려온 사람 중 정착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은 허위다. 정착한 교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착한 사람 리스트를 기자에게 직접 보여 주기도 했다. 오히려 황 목사는 자신의 전도 열정을 E교회 장로들이 못마땅해했다며 억울해했다.

황 목사는 교회에서 1km 떨어진 곳에 새롭게 개척했다. 그는 "전임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장로들이 압박한다"며 억울해했다. 과거 잘못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했고, 지역과 함께하는 목회를 하려는데 A교회 일부 장로가 못마땅하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황 목사는 교회에서 1km 떨어진 곳에 새롭게 개척했다. 그는 "전임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장로들이 압박한다"며 억울해했다. 과거 잘못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했고, 지역과 함께하는 목회를 하려는데 A교회 일부 장로가 못마땅하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황 목사는 과거 논란에 대한 벌은 이미 받았다고 했다. 새롭게 목회를 시작하려 했는데, A교회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장로들이 압력을 가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벌을 받았느냐고 생각하는지 묻자 "나는 사임당하고 임지를 잃었다. 서울에서 더 목회할 수 있었지만, 지방으로 내려왔다. 목사로서의 이미지도 실추됐다. 자괴감을 느꼈고 힘들었다. 영적으로 처벌받은 상태"라고 답했다.

교회에서 쫓겨나면서 다른 부교역자들이 받는 지원금 한 푼 받지 못했고, 자력으로 교회를 개척한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는 "목회하려고 하니 A교회 장로들이 압력을 가해서 개척을 못 하게 막았다.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제 삼는다. 그게 맞는 것인가. 나는 A교회 교인들에게 (우리 교회로)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문제들을 내가 <뉴스앤조이>에 제보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황 목사가 세운 교회는, 건물 외벽에 '문화 공간' 간판을 내걸고 평일 바리스타 교육과 도서관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같은 동네에서 회복하면서 (지역과) 상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품은 미국의 세이비어처치나 팀 켈러의 센터처치에 대한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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