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되고도 반성 않고 피해자 행세…교단은 범죄 사실 알고도 '흐지부지'
*목회자 이름 뒤에 병기한 번호는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십자가 형태로 시각화한 사건 번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지난 10년간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목회자 259명 중 <뉴스앤조이>가 신상을 파악한 목회자는 133명이다. 이 중 계속해서 목회를 이어 가고 있는 사람은 33명에 달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버젓이 강단에 설 수 있게 된 데는 교단의 부실하고도 안이한 대응이 크게 작용했다. 소속 목회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쉬쉬하며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은 목회자들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긴 채 목회를 지속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강단에 복귀했는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듣기 위해 교회에 직접 찾아가거나 연락을 취했다. <뉴스앤조이>가 접촉한 목회자(아내 포함) 12명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뒤늦게 들춰내려 한다"며 불쾌해하거나, "애당초 그런 일은 없었고, 음해와 모함으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뿐"이라며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드물게 잘못을 반성하는 목사도 있었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이 가족과 교회·교단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다.
"다윗 왕은 남의 아내를 강간한 것뿐만 아니라 그 남편까지 죽인 살인자이지 않았나. 그래도 잘못에 대한 부분을 시인하고 회개했지 않았나. 그래서 용서받지 않았나."
교회에서 청소년 여학생을 강제 추행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은 김 아무개 목사(52번)는 기자에게 '이 정도면 됐지 않느냐'는 취지로 강변했다. 9월 29일 경기 이천역 주차장에서 만난 김 목사는, 여자를 범한 다윗 왕도 용서받았는데 왜 성추행에 그친 자신을 언론이 나서서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당당하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왜곡된 성 인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기자에게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은 적이 없느냐"면서 "남자라면 당연한 것이고, 그게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목회를 계속해 나가는 게 합당한지 묻자, 김 목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기도하면 하나님이 '용서해 준다'고 하신다. 그런 음성이 들린다. (하나님이) 그런 확신을 주시니까 다시 힘을 내서 (목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소속인 김 목사는 교단에서 따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는 법원 판결 이후 지방회를 탈퇴했다가 다른 지방회로 적을 옮겼다. 현재 경기 이천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지방회를 탈퇴했다가 옮긴 것 자체가 치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목사가 현재 속한 지방회에서는 그의 범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해당 지방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건을 알지 못했다. 1년 전 우리 지방회로 왔는데,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었다.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지방회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징계 안 받은 목사들 "다 끝난 일" |
현재 교단 시스템상 소속 목회자가 구속되거나, 스스로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상 교단이 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단이 소속 목회자의 유죄판결 사실을 알고도 징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가해자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 목회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박 아무개 목사(127번)는 20대 자매들을 강제 추행해, 2016년 징역 8개월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박 목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당시 소속 노회에서는 징계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징역을 살고 나와 전남 해남에 위치한 교회에 부임해 목회를 이어 왔다.
기자는 9월 14일 박 목사가 시무하는 해남 지역 교회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개량 한복을 입고 있던 박 목사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는 "다 끝난 사안이라서 말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아프니까 물어보지 말라. 나도 많이 당해 봐서 안다.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진실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억울한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냐고 묻자, 박 목사는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인터뷰) 안 하겠다는데 왜 그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유죄판결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강단에 선 것이냐고 묻자, 박 목사는 "여기(교회)는 누가 있어 달라고 해서 잠깐 있는 거다. 얼마 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거듭 인터뷰를 요청하자, 박 목사는 갑자기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꺼냈다. 그는 "나는 몸이 좋지 않다. 지금 서 있기도 힘드니까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 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노부모도 모셔야 한다"면서 문을 닫았다.
박 목사가 속한 노회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목사를 조사하거나 치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노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목사 사건은) 대강 들어서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노회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기자가 그냥 넘어가는 것이냐고 묻자, 노회장은 "네"라고 짧게 말했다.
부산에서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하면서 학생 3명을 강제 추행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김 아무개 목사(67번)는, 2020년 벌금 1500만 원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9월 29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다 끝난 걸 가지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아동 센터도) 운영 안 한다"고 짧게 말하고 교회 문을 걸어 잠갔다.
사건 당시 김 목사가 속한 노회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따로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았다. 당시 노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가 소명하겠다면서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흐지부지 넘어갔다. 노회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고 특수 사역을 해서 조용히 넘어갔다. 만약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징계에 오히려 '떳떳' 교회법 징계는 '이중 처벌'? |
성범죄를 저지른 이후 교단에서 솜방망이 징계나 지시(?)를 받고 강단에 복귀한 목사들도 있었다. 미약하나마 교단의 제재를 받았으니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지만 정반대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민 아무개 목사(99번)는 지적장애가 있는 10대 2명을 강제 추행해, 2016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심각한 범죄였지만, 이 일로 민 목사는 소속 노회에서 '회원권 정지 1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기자는 광주광역시에서 목회 중인 민 목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다만 민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 이미 묻힌 건이고, 선하게 (처리)됐으니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기자가 만나서 대화를 하자고 거듭 요청했으나, 민 목사는 "기삿거리 안 되니까 쓰지 말라. 좋게 열심히 살고 있다. 나도 어떻게 보면 심적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제보했는지 대충 짐작은 간다. 좋은 기삿거리 많으니까 그런 것이나 취재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박 아무개 목사(107번)는 19세 여성을 강제 추행한 죄로, 2014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 목사가 먼저 이 사실을 소속 지방회에 알렸고, 당시 지방회 임원회는 외부 사역을 활발히 해 온 박 목사에게 활동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부산에서 목회 중인 박 목사를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갔지만, 그는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박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 발생 직후 당시 지방회장과 임원들에게 내가 저지른 일을 이야기했고, 4~5년 자숙하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외부 사역을 안 했다. 10명도 안 되는 작은 교회에서 목회해 왔는데, 이 자체가 징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미 덮인 일을 <뉴스앤조이>가 다시 들춰내려 한다며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미 사회 법으로 처벌받았기 때문에 교회법으로 또 처벌받는 건 부당하다면서 '이중 처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단이 목회자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법과 시스템을 만든다 해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현재 박 목사는 소속 지방회 서기를 맡고 있다. 현 지방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박 목사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 음해·허위로 유죄판결받았다는 목사들 전과 6범인데 "기억 안 난다"는 목사도 |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아예 범죄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목사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목회 중인 조 아무개 목사(241번)는 2013년 교회에서 각각 30대 여성 전도사와 50대 권사를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들은 뒤늦게 고소했고, 조 목사는 2017년 징역 2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웨신(예장웨신) 부총회장으로 있던 조 목사는 스스로 교단을 탈퇴했다. 조 목사는 출소 후 목회를 재개했고, 현재도 교인 수십 명이 그를 따르고 있다.
기자는 조 목사가 시무하는 인천 지역 교회를 찾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복귀했는지 물었다. 10월 2일 교회에서 만난 조 목사는 범죄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자신을 고소한 두 사람에게 3억 원을 빌렸는데 갚지 않자 자신을 강간 미수 혐의로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나한테 3억 원을 달라고 했다. 안 주니까 '강간을 (시도)했다'고 한 거다"면서 "내가 부족하니까 그냥 (징역을) 살고 나왔다. 이미 형은 다 받았다. 가석방도 안 받고 살다 나왔다"고 했다.
조 목사는 2017년 매스컴에 보도된 '17년간 키운 아들이 목사 아들' 사건의 당사자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가 시무하던 교회에 다니던 한 남성은, 아들이 담임목사와 너무 닮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이 남성의 아들이 조 목사와 친자 관계일 확률이 99.99%로 나왔다. 하지만 조 목사와 아내는 "성령으로 낳은 아들이다"라면서 검사 결과를 부인했다. 결국 남성은 아내와 이혼하고 교회를 떠났다.
조 목사는 강간 미수뿐만 아니라 사기·횡령으로 법원에서 잇달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이력이 있는데도 여전히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원래 목회를 안 하려고 했지만 교인들이 붙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20대 직원을 강제 추행했다가 2019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은 예장합동 소속 김 아무개 목사(20번)도 범죄 사실을 부인했다. 김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성추행을 했다고 하는데 기준이 없다. 모두 피해자 이야기만 듣고 판결했다. 나를 복지관에서 쫓아내려고 그 사람들이 짜고 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시무해 오던 교회에서 은퇴한 상황이다. 이 문제로 노회에서 치리 절차를 밟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노회가 무슨 치리를 하는가. 오히려 나를 도와서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이용해 여성 교인에게 50여 차례에 걸쳐 음란성·혐오성 메시지를 보낸 기침 소속 조 아무개 목사(243·244번)는, 2017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기자는 10월 9일 서울에서 목회 중인 조 목사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그는 "(판결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교인이 거의 오지 않는다면서 교회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조 목사의 행동거지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고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동석해 있던 장로가 따로 이야기하자며 기자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는 조 목사가 어렸을 때부터 뇌전증을 앓아 왔고 한 가지 사안에 꽂히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자신은 조 목사가 유죄판결을 받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기자가 그런 상태에서 목사 안수는 어떻게 받았는지, 설교는 제대로 하는지 묻자, 장로는 "특수 목회 쪽으로 해서 안수를 받은 걸로 안다. 설교는 주로 전도사님이 전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결과 조 목사는 전과 6범에 달했다. 모두 성범죄였지만, 조 목사가 속한 지방회에서는 그에게 지병이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범죄 이력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해당 지방회장을 지낸 한 목사는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몰랐다. 뇌전증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목회를 계속해서 의아하기는 했다. 확정판결까지 된 거라면 가만히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취재 시작되니 "가족·교단에 알리지 말아 달라" 배우자가 나서서 "우리 목사님은 피해자" |
경남 창원에서 목회하는 송 아무개 목사(148·149·150번)는 기자가 접촉한 가해 목사 중 유일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공연음란죄 전과만 4개였다. 3번의 벌금형을 받았고, 2019년에는 같은 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기자는 송 목사를 만나기 위해 직접 교회를 찾아갔으나, 송 목사는 얼굴 보고 할 이야기라는 아니라면서 전화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도 느낀다. (이 문제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 왔다"고 했다. 범죄를 반복해서 저질러 온 상황에서 목회를 계속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그 문제로 너무 많이 고민했다. 몇 번 사임하려고 했지만,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어서 못 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벌금도 내고 생계도 책임져야 해서 막노동까지 하고 있다며, 자신의 범죄 사실을 가족과 교회·노회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하기도 했다. "만일 내가 교인인데 담임목사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이 큰 피해를 입고 하루아침에 동료 목사들이 다 사라진다. 너무 많은 걸 잃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송 목사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가족상담사·분노조절상담지도사·심리분석사·아동심리상담사·독서지도사 등으로 소개해 놨다.
수차례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까지 받았지만, 송 목사가 속한 노회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회장을 지낸 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범죄 사실을) 전혀 몰랐다. 처음 들었고, 노회나 시찰회 차원에서 논의한 바도 없다. 이야기해 보고 무슨 결론을 내리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소속 권 아무개 목사(11번)는 버스에서 여성을 추행한 죄로 2020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충북 청주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권 목사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교회나 노회에 알리지 않았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와 노회 모르게 (소송을) 진행했다. 나 살자고 그런 게 아니라, 알려지면 교회가 혼란해질까 봐 그랬다"며 "법원 판결은 억울한 면이 있다. 나는 지금도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데 재판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 사회 분위기도 그랬다"고 말했다. 또 "언젠가는 목회를 접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과가 있기 때문에 어느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다. 교회나 노회에는 제발 알리지 말아 달라. 가족이 있다"고 부탁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배우자가 나서서 적극 감싸는 경우도 있었다.
기침 소속 홍 아무개 목사(276번)는 안수기도를 해 주겠다면서 20대 청년을 강제 추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시도했다가 2017년 징역 1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홍 목사는 사건 발생 직후 지방회를 탈퇴했다. 해당 지방회는 징계 규정이 없어서 탈퇴서를 수리했고, 이후 성범죄 징계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목사는 다른 지방회로 적을 옮기고 충북 청주에서 목회하고 있다.
기자는 홍 목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9월 28일 연락을 취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목회를 계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홍 목사는 "이미 지나간 건데 왜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 질문 자체도 충격적이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곧바로 홍 목사의 아내가 전화를 이어 받아 대신 답변했다. 그는 "내가 목사 안수를 받아서 주도적으로 (교회를) 이끌고 있다. 저희 목사님은 그 아픔 때문에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범죄는 홍 목사가 저질렀는데 왜 힘들어 하느냐고 묻자, 홍 목사 아내는 "더 이상 전화하지 마라. 얘기하고 싶은 마음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예장통합 소속 이 아무개 목사(195번)는 여성 교인을 강제 추행했다가 2016년, 징역 6개월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받았다. 당시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을 취재해 보도했고, 이 목사가 속한 노회는 정직 1년을 선고했다. 한 공간에서 카페와 교회를 함께 운영해 오던 이 목사는 지금도 서울에서 같은 방식으로 목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이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교회를 찾아가고 연락을 취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아내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 목사의 아내는 10월 4일 통화에서 "(남편은) 목회 중단 안 하고 계속하고 있다. 다 마무리되고 지나간 일을 왜 (취재)하는가. 우리는 진실이 왜곡돼 (보도) 난 걸로 알고 있다. 거기에 굴복해서 (목회를) 안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아내는 오히려 남편이 피해자라고도 했다. 그는 "목사님은 그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우리도 피해자다. 어렵게 청년 사역을 하면서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으니까 돌로 치지 말고 좀 조용히 지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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