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목회자 범죄 사실 알고도 62.3%가 징계 안 해…변명하며 피해자 탓하기도

*목회자 이름 뒤에 병기한 번호는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십자가 형태로 시각화한 사건 번호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안노회 소속 전 아무개 목사(231번)는 미성년자 위탁 아동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2017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실을 파악한 소속 노회는 재판을 열고 전 목사를 면직했다. 현 노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노회가 자체적으로 판결문을 입수해 즉결 처분으로 면직 처리했다. 노회가 이런 일을 물러 터지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보다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안노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회의록과 노회 판결문도 공개했다.

교단이 소속 성범죄 목회자를 징계하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마땅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위의 사례는 보기 드문 축에 속한다. 대부분 교단은 징계를 하지 않거나, 징계를 해도 솜방망이 처분에 지나지 않고,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곳도 거의 없다. 이번에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교단들은 성범죄 목회자를 제대로 치리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목회자 259명 중 <뉴스앤조이>가 신상을 파악한 목회자는 133명이다. 이 중 교단에 범죄 사실이 알려진 목회자는 69명인데, 징계를 받은 이는 26명(37.7%)에 불과했다. 21명이 면직·제명·해임됐고, 5명이 정직(6개월 1명, 1년 2명, 2년 2명)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43명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단에도 범죄 사실이 알려졌지만,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들 중 구속 기소되거나 법정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된 경우가 30명에 달했지만, 교단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오히려 소속 목회자를 감싸고돌았다. 교단은 성범죄 목회자들을 엄중히 징계하고,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책임을 방기하고 성범죄 목회자들을 두둔하는 교단의 행태를 고발한다.

각 교단별 성범죄 목회자 징계 현황. 교단에 범죄 사실이 알려진 목회자 69명 중 징계를 받은 이는 26명(37.7%)에 불과했다.
각 교단별 성범죄 목회자 징계 현황. 교단에 범죄 사실이 알려진 목회자 69명 중 징계를 받은 이는 26명(37.7%)에 불과했다.
유죄판결에도
가해 목회자 말만 듣고 치리 안 해
"그 목사도 억울한 사정이 있다"

교단들은 가해 목회자의 이야기만 철석같이 믿고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남 아무개 목사(82번)는 자신이 운영하던 공동생활 시설에서 10대 청소년 3명을 추행해, 2021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용돈을 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15차례 추행했다.

남 목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불쾌감과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실은 남 목사가 속한 지방회에도 알려졌지만, 그는 아무런 제재나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당시 지방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남 목사는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다. 여자아이가 음해를 한 것이라서 징계를 하지 않았다"며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탓했다. 현재 남 목사는 지역을 옮겨 목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엄 아무개 목사(166번)는 자신이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에서 학생 2명을 추행해, 2014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교단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엄 목사를 징계하지 않았다. 연회 임원인 한 목사는 "당시 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본인이 결백을 주장해서 결국 아무 징계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소속 최 아무개 목사(264번)는 자신이 운영하는 아동 복지 센터 학생 6명을 추행해, 2017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에 앞서 최 목사가 구속 기소되면서 노회도 이 사실을 파악했지만, 역시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당시 노회장은 "최 목사가 많이 억울해했던 것 같다. 시대적 기준이 바뀌었는데도, 좋아하는 표현으로 (피해자들을) 만지고 했던 게 문제가 된 걸로 기억한다"면서 "동료 목사들도 (법원에 처벌 불원) 탄원서를 내고 그랬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소속 임 아무개 목사(221번)도 자신이 운영하는 아동 복지 센터 학생 2명을 추행해, 201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임 목사가 구속 기소되면서 노회도 이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이 노회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았다. 당시 노회장은 "우리가 구치소에 면담도 갔다. 억울한 사정이 있고 집행유예도 받았기 때문에 노회에서는 징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노회 소속 목사도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니까 노회에서는 징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지금도 목회를 계속하고 있다.

확정판결까지 미루다가 판결 나자
"이미 사회 법으로 처벌받았다"
사임 처리 해놓고 징계 책임 회피
"이제 우리 소속 아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미루다가 결국 유야무야하거나, 이미 사회 법으로 처벌을 받았다며 징계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장합동 소속 최 아무개 목사(254번)는 10대를 포함한 여성 교인 3명을 추행해, 2021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뉴스앤조이>를 비롯해 일반 언론도 보도한 사안이지만, 최 목사가 속한 노회는 항소심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징계를 미뤘다. 결국 최 목사의 유죄가 확정됐으나 교단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감옥에 있던 최 목사는 자신이 노회에 낸 사임서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회는 올해 10월 최 목사의 요구대로 사임서를 반려하고 그를 적극 감쌌다. 일부 노회원은 "사회적으로 재판을 받고 뉴스에도 보도되고 했지만, 이미 창피당할 거 다 당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 주셔서 최 목사님이 (감옥을) 나와 후임자를 세울 때까지 좀 유예를 해 줬으면 한다"며 최 목사를 두둔했다.

예장통합 소속 양 아무개 목사(164번)는 위탁 아동 2명을 추행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2018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양 목사가 구속되면서 소속 노회도 일찍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노회는 이미 사회 법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유로 양 목사를 치리하지 않았다. 당시 노회장은 "법원 판결을 받은 사안이기 때문에 노회가 목사 개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고 본인이 자진 사임했다. 목회자 구속과 자진 사임으로 교회는 자연스럽게 폐교했다. 양 목사는 그 이후로 노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징계를 하고 말 게 없었다"고 말했다.

소속 목회자의 징계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인 곳도 있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박 아무개 목사(124번)는 자신이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 봉사자를 추행해, 2014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지방회장은 "박 목사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로 분열해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박 목사가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하면서 징계는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지금도 목회를 하고 있다.

예장합동 소속 최 아무개 목사는 여성 교인 3명을 추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교단에서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한 노회원은 오히려 "이미 창피당할 거 다 당했으니까 조금만 참아 달라"며 최 목사를 감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예장합동 소속 최 아무개 목사는 여성 교인 3명을 추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교단에서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한 노회원은 오히려 "이미 창피당할 거 다 당했으니까 조금만 참아 달라"며 최 목사를 감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편, <뉴스앤조이>가 신상을 파악한 성범죄 목회자 133명 중 64명에 대한 사건은 교단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취재에 응한 각 노회·연회·지방회 임원들은 "선교 간다고 해서 그만두는 줄 알았다",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노회가 갈라져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소속 목회자의 성범죄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소속 목회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정작 이와 관련한 문제의식을 지니거나 교단의 책임이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 소속 목회자의 성범죄를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취재 이후 몇몇 노회·연회·지방회에서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현재(11월 15일 기준)까지 징계 절차를 밟은 곳은 예장합동 소속 노회 한 군데뿐이다. 이 노회는 지난 10월, 소속 목회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치리회를 열어 면직 처리했다고 <뉴스앤조이>에 알려 왔다.

'거룩한 범죄자들' 기사 리스트

① '가해 목회자 259명' 성범죄 판결 10년 치 분석
② 10·20대 여성 교인에 집중된 피해
③ 성범죄 목회자 감싸고돈 교단들
④ '징계 불가'한 목사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⑤ 성범죄 저지르고도 강단에 서는 목사들
⑥ 해외 교단 사례로 본 목회자 성폭력 예방 및 대응
⑦ 매년 53만 기관 성범죄 경력 조회…교회는 '예외'
⑧ 주요 교단장들 "성범죄 경력 조회 도입해야"
⑨ 신고부터 징계까지,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⑩ 징계하면 끝? '피해 회복' 없는 교단 시스템
⑪ 교인 97.9%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찬성
[다큐] 거룩한 범죄자들: 2013~2022년 목회자 성범죄 10년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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