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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개월간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정경제와 국가 산업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사무실 근무가 제한되고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면서 일상이 멈춘 듯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교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보건상 문제로 오프라인 예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교회가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로 대체했고, 이 와중에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계에서는 오프라인 예배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큰 이슈였다. 주일예배를 지키는 일은 기독교인으로서 신앙고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 의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신앙고백이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의미를 안고 있고 실제적인 책임 의식으로 표현되느냐는 것이다.

교회 관점에서 보면 늘 하던 예배를 계속할 뿐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중단될 수 없다. 일제강점기나 전쟁 중에도 예배를 지키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예배를 했던 몇몇 교회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여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고, 우리 사회에서 교회는 자기 생각밖에 하지 않는 매우 이기적인 집단인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특히 불교와 천주교가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것과 비교되며 개신교회는 가장 사회의식이 부족한 종교로 치부되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현장 예배 통제를 종교 탄압이라고 대응하였지만, 정부에서 밝혔듯이 종교의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상의 이유로 진행된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러한 교회의 대응은 교회 밖 사람들에게 교회가 이단들과 다를 게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하루아침에 교회가 전염병의 온상인 것처럼 취급받는 처지가 되었다.

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는 초기 기독교가 이교도들과 달리 이웃 사랑의 규범으로 전염병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본 것이 기독교 확산에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거대 왕국을 이룬 중세 기독교는 전염병에도 사람들을 교회당에 모았다가 오히려 전염병이 급속하게 확산되어 수많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우를 범했다. 한국 기독교는 초기 기독교의 생명력보다는 제도화되고 기득권층이 된 중세 기독교의 모습을 따르고 있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기독교가 보건 위생 문제를 종교의자유와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이 사회에서 교회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교회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폐쇄적 공동체가 아니라,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메시아의 본을 따라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

코로나19 이후에 교회는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회당에서 예배하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로 대체하였는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1.1%의 교회가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고, 현장 예배를 그대로 유지한 교회는 8.6%,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동시에 한 경우는 15.6%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52.2%)가 출석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석 교회에 직접 가서 예배한 경우 13.6%, 현장 예배를 하는 교회에 가서 예배한 경우 0.7%로 현장 예배 비율이 14.3%로 나타났다. 한편, 가정 예배를 한 경우는 13.2%, 방송 예배를 한 경우는 4.0%로 나타났으며, 아예 예배를 하지 않은 경우는 13.0%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일예배가 이전과 다르게 다양한 형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예배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며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했던 온라인·방송·가정 예배와 현장 예배를 비교해서 '현장 예배보다 만족하지 못했다' 53.7%, '현장 예배와 비슷하다' 37.0%, '현장 예배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9.3%로, 절반 이상이 현장 예배가 더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46.3%의 응답자는 온라인‧방송‧가정 예배가 현장 예배에 못지않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일성수에 대해서 '온라인 예배 또는 가정 예배로도 대체할 수 있다' 54.6%, '주일성수 개념에서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해야 한다' 40.7%로 온라인 예배 대체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에도 현장 예배를 고수하기보다 다양한 대체 방법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예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헌금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현장 예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헌금이 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3명 중 1명 정도(33.6%)만 '계좌 이체로 헌금했다'고 응답했으며, 35.7%는 '별도로 모아 놓고 있다가 나중에 교회 갈 때 한꺼번에 낼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8%는 아무 계획 없이 '교회에 가면 헌금하겠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코로나19 사태로 헌금이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교회 재정도 매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교회는 이전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성도들이 관행이나 형식보다 예배와 헌금의 본래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역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앞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가능하면 대규모 모임을 피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언택트' 방식의 삶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 자체가 약화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위협 속에서 사람들은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꺼리게 되었고 공유 자동차 이용도 기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는 우버 회사가 큰 손실을 입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지 못한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의 발병으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바이다. 이미 인류 역사 속에서도 다양한 전염병이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난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이다.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 사회>(새물결)에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커다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며 협력과 연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다. 로버트 퍼트남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 기반한 사회자본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뢰 회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교회 공동체이다. 교회는 스스로 공동체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빈번한 모임과 활동을 통해 친밀성을 높여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공동체의 일원인 기독교인들은 서로를 깊이 신뢰할 수 있고,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서 연대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북돋을 수 있다. 특히 자기희생의 규범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 곳곳에서 공적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불안과 염려에 낙심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신뢰와 연대를 통해 난국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모든 신앙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재영 /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에서 사회적 목회아카데미 시즌2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개최한다. △종교와 사회학의 만남 △공공성과 한국교회 △한국 사회의 변동과 한국교회의 역할 △한국교회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준비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 교재 세미나를 주제로 다룬다.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학 엔진 '이레오바고'이며, 2020년 6월 4일부터 5주간에 걸쳐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한다. 정재영 교수가 메인 강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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