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에 급속도로 확산한 지 두 달. 감염병은 교회 모습도 많이 바꾸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온라인 및 가정 예배를 시행하고 있고, 현장 예배를 재개한 곳에서도 이전과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현대인들은 이런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감염병 시대 한국교회가 역량을 쏟아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조명하고자 '코로나19, 예배에서 소외된 사람들'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특히 예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노인들 △발달장애인들에게 주목했습니다. - 편집자 주

 

"우리 아이는 혼자 마스크를 못 씁니다. 제가 도와줘야 간신히 씁니다. 집에만 데리고 있는 게 너무 답답해 근처 공원에 산책이라도 가려고 하면 마스크를 계속 벗어 던집니다. 저는 그걸 계속 씌워 줘야 해요. 사회적으로 장애인 인식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그럴 때 보면 주변 시선은 따갑습니다. '저런 아이를 굳이 뭐하러 데리고 나오나.' 그래서 저희는 자진 격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강복순 부회장은 쏟아지는 울음을 눌러 담으며 말했다. 정의당이 3월 23일 주최한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가족 피해 증언 대회'에서 나온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은 비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발달장애인이 다니는 지역 복지관, 보호 작업장, 특수학교 등이 전부 문을 닫았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돌봄 관련 기관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면서 가족들이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전담하게 됐다. 회사에 다니던 부모들은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24시간 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다.

그동안 복지관, 보호 작업장 등을 운영하며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데 힘써 온 교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회가 운영 주체로 참여하는 복지 기관들 역시 보건 당국 방침에 따라 전부 문을 닫았다. 교회 내 발달장애인 부서도 현장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발달장애인을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하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교회에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예배하고 공과 공부를 하고 식사 교제를 나눌 장소와 예산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특성상 선생님이 학생들을 일대일로 돌볼 수 있게 인력도 충분해야 한다. 예배를 시작할 때부터 집에 갈 때까지 학생들을 밀착해서 챙기려면, 그만큼 교사로 자원하겠다는 교인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출석 교인이 수백 명 이상 되는 교회가 아니면 발달장애인 부서를 따로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발달장애인 부서는 특성상 대부분 학생과 선생님이 일대일로 밀착한 상태에서 예배를 진행한다. 거리 두기가 안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발달장애인 부서는 특성상 대부분 학생과 선생님이 일대일로 밀착한 상태에서 예배를 진행한다. 거리 두기가 안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특히 발달장애인 부서는 정부가 제시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은 실내 공간에서 1미터 이상 떨어져 앉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벗는 일은 기본이다. 손을 맞잡거나 얼굴 비비기를 좋아하는 경우 감염을 증폭시킬 수 있다.

장애인 사역으로 유명한 창동염광교회 정성조 목사는 4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현장 예배를 중단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발달장애인 중에는 물리적 거리와 간격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분이 많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밀착해서 이들과 함께 예배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 자체가 감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 예배 중단에 부모 부담도 가중
사역자들 "부모님이 제일 안타까워"

현장 사역자들은 발달장애인 예배가 단순히 당사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발달장애를 지닌 자녀가 교회에 가는 시간 동안 부모는 한숨 돌릴 시간을 얻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로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는 모든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에게 돌아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대한작업치료사협회와 공동으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기간,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건강과 생활 조사'를 진행해 4월 9일 결과를 발표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이 응답한 설문을 보면, 코로나19 상황에 처한 부모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10점 만점에 7.93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전문 사역자들도 이 부분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부모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서울시민교회 정복기 목사는 4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일예배 때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게 부모님들에게는 정신적으로 도움이 됐다. 지금 심방 다녀 보면, 부모님들이 24시간 꼼짝 못 하고 자녀들과 붙어 있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하신다. 교회 집사님들에게 부탁해 반찬을 만들어서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폐성이 강한 발달장애인은 손을 자주 씻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있어야 한다는 감염 예방 수칙을 따르는 것을 힘들어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부서를 따로 운영하는 대부분 교회는 현장 예배를 온라인 혹은 가정 예배로 대체했다.
자폐성이 강한 발달장애인은 손을 자주 씻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있어야 한다는 감염 예방 수칙을 따르는 것을 힘들어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부서를 따로 운영하는 대부분 교회는 현장 예배를 온라인 혹은 가정 예배로 대체했다.

응암교회에는 발달장애인 부서 사랑부 부모들만 모이는 채팅방이 있다. 박우영 목사는 그나마 이 채팅방이 어머니들이 고충을 토로할 창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응암교회 사랑부는 지금 20대 후반에서 40대인 분들이 다닌다. 10대 때 교회 왔다가 쭉 성장한 사람들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교회 못 오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자폐성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갑자기 흥분해서 교회 가겠다고 우기는 친구들도 있는데, 부모님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유하는교회 이명숙 목사는, 가중되는 부모의 고충도 덜고 답답해하는 당사자들을 돕고자 일부 발달장애인과 함께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그간 예배해 왔던 곳보다 더 넓은 곳을 빌려 의자를 2미터 간격으로 놓고 떨어져 앉게 했다. 이 목사는 "방역 수칙을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의 당사자 10명과 선생님 20명이 참석했다. 평소 예배 출석 인원의 1/3 수준이다. 오랜만에 외출해 참석자들도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현장 예배 재개해도,
남에게 피해 입힐까 못 보내"

발달장애인들은 기나긴 시간을 들여 노력한 끝에 생활 '루틴'을 만든다. '코로나19 기간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건강과 생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부모 중 87%가 발달장애인 자녀의 생활 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답했다.

30대 발달장애 청년을 아들로 둔 김미영 씨(가명) 역시 아들의 루틴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일상이 사라지는 일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아들이 다니던 보호 작업장이 문을 닫자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싱글 맘인 김 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김미영 씨는 4월 18일 기자와 만나 어려운 현실을 담담히 털어놨다.

김미영 씨는 겉으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멀쩡해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 24시간 붙어 있다가 좀 답답한 마음에 동네 공원이라도 가려고 하면, 가는 길 내내 마스크를 두고 아들과 실랑이해야 한다. 이를 바라보는 행인의 시선이 이전과 다르다는 게 몸으로 와닿는다.

김미영 씨 아들은 동네 교회 청년부에 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교회였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부서가 있는 다른 교회로 옮기지 않았다. 함께하는 청년들도 아들의 이런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고, 예배 시간이나 셀 모임, 수련회도 함께 다니며 챙겼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청년부 역시 현장 예배를 일시 중단했으니 아이가 주일 아침에 갈 곳이 없어졌어요. 아이는 계속해서 교회에 가겠다고 해요. 아무리 설명해도 코로나19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매주 같은 실랑이를 반복해요. 그냥 넘어가면 좋은데 이게 분노로 표출되면서 막 몸부림을 치면… 제가 이제 아이 힘을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그때 제일 속상하죠. 현장 예배를 재개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까 봐 마음 놓고 보내지도 못하겠어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많은 교회가 조심스럽게 현장 예배를 재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서 사역자들은 이전과 똑같은 방식이 아닌,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예배하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많은 교회가 조심스럽게 현장 예배를 재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서 사역자들은 이전과 똑같은 방식이 아닌,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예배하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발달장애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자녀 긴급 돌봄 서비스
"나라가 못 하면 교회가 할 기회"
"새로운 사역 모델 발굴 계기 됐으면"

정의당이 주최한 장애인·가족 피해자 증언 대회에 참석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회장은 "재난은 어려운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들이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금 우리 부모들은 두 달여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마스크 같은 방역 용품이나 현금 지원이 아니다. 잠시라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 돌봄 서비스다.

서울에서 발달장애인 사역을 하는 A 목사는 교회가 발달장애 부모들의 필요를 좀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쉽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감염 예방을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행동한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확산이 점차 누그러지면서 교회가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알아보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 목사는 4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발달장애인들은 아예 갈 곳이 없다. 부모님들 하시는 말씀이 똑같다.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기관 문을 다 닫았다. 그러면 서비스 빈틈을 고스란히 가족이 져야 한다. 교회는 나라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대형 교회들은 빈 공간이 많으니 지역 내 발달장애인을 초청해 두 시간만이라도 함께 보냈다면 부모들 짐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활절이 지나면서 많은 교회가 현장 예배를 조심스럽게 재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달장애인 부서를 담당하는 이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최대열 목사는 4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다른 부서들이 현장 예배를 시작한다고 해서 발달장애인 예배도 이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까. 좀 더 창의적으로 예배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목사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예배를 재개한다 만다가 아니라, 교회가 새로운 기획과 도전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여름이 되어 수련회를 재개하더라도 이전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 않겠나. 정부의 제재를 받는 복지관, 보호 작업장 등도 교회를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선도적으로 본이 되는 사역 모델을 발굴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합회 회원 목사들과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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