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여성 전도사와 단둘이 자동차 안 혹은 외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담임목사는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넘도록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교회 지도부는 담임목사 사임 여부를 교인 총투표에 부치기로 해 교인들은 갈등에 휩싸였다.

용인 ㅅ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소속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한 교회다. 강 아무개 담임목사는 부목사로 있던 성남의 또 다른 대형 교회에서 2010년 ㅅ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상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2018년 단독 예배당을 건축했고, 지금은 출석 교인 2000명을 훌쩍 넘기는 대형 교회가 됐다.

강 목사는 교인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 그가 전한 메시지의 키워드는 거룩·순결·정결·회개였다. 삶은 영적 전쟁의 연속이며, 받은 구원을 지키기 위해 천국 가는 날까지 계속해서 싸워 쟁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신앙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진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개척 초기부터 신비주의 성령 운동을 하는 강사들을 종종 초빙해 왔으며, 강 목사가 전하는 메시지 역시 그들의 것과 유사했다.

ㅅ교회 강 아무개 목사는 구원받은 후에도 늘 깨어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많은 교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ㅅ교회 설교 동영상 갈무리
ㅅ교회 강 아무개 목사는 구원받은 후에도 늘 깨어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많은 교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ㅅ교회 설교 동영상 갈무리
여성 전도사와 차에서 1시간 반
강 목사, 사실 드러나자 사임 발표

강 목사와 여성 전도사 A의 부적절한 행동이 처음부터 교회 전체에 알려진 건 아니었다. 지난 4월, ㅅ교회 한 교역자가 두 사람이 이른 새벽 자동차에서 1시간 30분을 보낸 것을 확인하고 이를 교회 리더에게 알렸다. 확인이 가능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CCTV를 검색해 보니, 두 사람은 차에 3번 동석해 오랜 시간을 보냈고, 15번 예배당에서 따로 나가 인근에서 만났다. 주로 만난 시간대는 새벽 1시~5시 사이였다. 강 목사는 고난주간에도 2번,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격리 권고를 받은 기간에도 3번이나 A 전도사를 만났다.

리더들은 강 목사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A 전도사를 사임하게 했다. 이어 감리회 소속 목회자 B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성령 사역자로 유명한 B 목사는 ㅅ교회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인도한 바 있고, ㅅ교회 교인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강 목사는 B 목사와 면담 끝에 5월 초, ㅅ교회 운영의 주요 역할을 하는 기획위원회에 구두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무렵부터 강 목사는 강단에 서지 않았다.

무성한 소문만 돌며 일부 리더만 공유하던 사건이 교회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강 목사가 사임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부터다. 강 목사는 5월 26일 열린 임시 구역회에서, 자신과 A 전도사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해명하고 이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교회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A 전도사와 여러 차례 차 안 혹은 교회 밖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육체적 간음은 없었다"고 했다. 강 목사는 "(A 전도사와 만나) 주님이 주신 마음을 확인하고 방언 기도를 하며 영적 교제를 나눴다"며 "이성 간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영적인 힘을 얻는 시간인 양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자신의 행동이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내가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는 것이 하나님과 교우들 앞에 진정 회개하는 모습이라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다.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교회를 떠나겠다. 다시 한번 나로 인해 상처받은 교우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넘어지지 않고 싶었다.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고 말했다.

사임을 발표했지만 사임서는 제출하지 않은 강 목사. 교회는 사임 찬반 투표를 예고했고 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임을 발표했지만 사임서는 제출하지 않은 강 목사. 교회는 사임 찬반 투표를 예고했고 교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미 사임 발표했는데
사임 찬반 묻는 투표 예고
교인들 양쪽으로 나뉘어 갈등

강 목사의 사임 발표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강 목사의 사임은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교인은 강 목사가 사임 약속을 깨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강 목사의 사임을 촉구하는 교인들이 작성한 문서를 보면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을 하지 않고 5월 26일 사임 발표 직후 기획위원회에서 사임을 번복하는 발언을 했다. (중략) 담임목사님이 기획위원회에서 사임 의사가 없음을 간곡한 표현으로 여러 번 나타내셨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ㅅ교회 기획위원회가 6월 6일, 강 목사 사임 여부를 전 교인 찬반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하면서 교회는 점점 더 혼란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는 ㅅ교회의 모교회 C 담임목사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 목사는 6월 6일 기획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혹여 사회 법으로 갈 경우 법원은 교인 전체의 의견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전 교인 투표에 부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이에 따라 ㅅ교회는 오는 6월 27일 임시 당회를 열고 전 교인을 상대로 강 목사의 사임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는 감리회 교단 헌법 '교리와장정'에는 존재하지 않는 절차다.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담임목사의 인사권은 구역인사위원회가 지닌다. 교회가 속한 지방회 감리사가 의장을 맡고 구역인사위원회가 모여 담임목사 사임을 처리하면 된다. 이미 강 목사가 사임을 발표했기 때문에, ㅅ교회는 이를 감리사에게 알리고 구역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처리하면 그뿐이다.

게다가 임시 당회는 담임목사 인사권을 처리할 권한이 없다.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당회의 직무는 △회원 명부 조사·정리 △교역자 포함 임원 보고 △집사·권사 선출 △감사·교회학교장 선출 △선출된 각 선교회 회장 및 청년회 회장 인준 △기획위원회가 천거한 장로 후보자 투표로 선출 △교회 의무 이행하지 아니한 자 제명 의결 등이다.

그러나 ㅅ교회가 소속된 지방회 감리사는 교인들이 강 목사의 향후 거취를 투표하는 것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ㅅ교회가 임시 당회를 진행하는 데 절차상 하자는 없다. 여기서 결정된 내용을 가지고 구역인사위원회를 주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교회에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단계라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미 교회에서도 객관적 사실이 공개됐고, 이는 단순 사임 처리가 아니라 징계해야 할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일단 교회 결정이 나오고 이 절차가 끝나야 감리사로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ㅅ교회는 강 목사를 옹호하는 쪽과 교회를 거룩하게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며 분열이 시작됐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ㅅ교회는 강 목사를 옹호하는 쪽과 교회를 거룩하게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며 분열이 시작됐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갈등 극에 달한 '임시 당회 설명회'
"목사 말 믿어야" VS. "이미 신뢰 깨져"

담임목사 사임과 관련한 찬반 투표 예고로 ㅅ교회 교인들은 극심하게 분열했다. 강 목사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쪽과, 이미 하나님과 교회 앞에 죄를 고백한 강 목사를 떠나보내고 교회를 거룩하게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만 드러났던 갈등은 6월 24일 열린 '임시 당회 설명회'에서 극에 달했다. ㅅ교회 기획위원회는 27일 열리는 투표를 앞두고 그동안의 경과 보고와 이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듣는 차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양쪽 대표자들이 나와 각각 20분 정도 돌아가며 발언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감안하고도 본당 좌석 대부분이 찰 정도로 많은 교인이 참석했다.

강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강 목사가 "육체적 간음은 없었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믿어야 하며, 그 말대로라면 이 사안은 사임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드러난 것은 차에 타고 내리는 장면이 담긴 CCTV밖에 없으니, 이후 일에 대해서는 강 목사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그런 행동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들은 당사자 동의 없이 CCTV를 확인하고 이를 교회 리더들에게 알린 행위가 '불법'이라며 형법에 저촉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강 목사 반대에 앞장서는 한 장로가 이단 교회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게 (교회를 음해하려는) 잘 조직된 집단이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일"이라는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퍼뜨리기도 했다. 

반면 강 목사가 교회를 떠나길 바라는 교인들은,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담임목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거룩·순결·정결·회개를 외쳐 온 강 목사의 설교를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듣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 목사가 이미 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임 여부를 교인들에게 재차 묻는 일은 절차상 문제가 있으며, 일부 부목사가 교회 내에서 사임 반대 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 목사가 한 달 전 사임을 표명하고서도 아직까지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아 교회가 더욱 분열됐다고 성토하며, 지금이라도 강 목사가 결단하고 사임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당사자인 강 목사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그에게 △여성 전도사와의 행위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사임 발표 후에도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사임 찬반 투표로 교인들이 분열하고 있는 상황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지 등을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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