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교계 심정 이해하나 바이러스는 신앙 안 가려…사랑제일교회, 음모설 주장하며 적반하장"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개신교계 주요 교단장들이 8월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김종준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육순종 총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이홍정 총무 등 16명이 참석했다.
예장통합 총회장이기도 한 김태영 목사는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 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고 말했다.
교회를 통한 감염 확산과 관련해 정부와 교회가 참여하는 협력 기구를 제안했다. 김 목사는 "정부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경제를 살려야 하고, 교회는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예배를 지켜야 한다.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정부도 부담될 것이고, 교회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 교회의 경우 예배할 때 전체 좌석 중 30% 정도는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수 성향 교단장들은 김태영 목사와 뜻을 같이했다.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교회를 규제할 게 아니라 교회 형편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예장합동 총회장 김종준 목사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비대면 예배 행정명령을 모든 교회에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상 시설을 갖추지 못한 교회가 70%나 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예배를 금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방역을 잘하는 교회는 제재하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 성향 교단장들은 정부가 더 강력하게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장 육순종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됐는데도, 도리어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 일부 교회가 '정치 방역' 프레임을 몰고 가는 것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민 생명 안전을 해치는 교회는 무조건 정부가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는 방역을 가로막는 '가짜 뉴스'를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무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생명·안전을 위한 방역과 평등 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들이 가짜 뉴스에 좌절되면 안 된다. 가짜 뉴스 진원지를 발본색원해 엄단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전광훈 현상'은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적 선전·선동에 세뇌되고 동원되는 무지한 대중을 생산해 냈다. 한국교회가 그들의 모판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며 교계에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교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신앙을 가진 분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님께 기대게 되고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을 유발한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확진자가 거의 300명에 달한다"면서 "적어도 국민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까지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교총은 보도 자료에서 "문 대통령은 현재 고비를 넘기고 나면 교회가 제안한 협의 기구 구성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황이 오래 진행될 경우, 지금의 비대면 방식으로 계속 갈 수 없기 때문에 방역을 지키며 교회 예배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보수 교계가 적극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야기도 잠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육순종 목사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 교단장들끼리 먼저 조율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꺼내면 득이 될 게 없으니 자제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대통령은 '동성애 반대 설교하면 처벌받는다' 등 교회가 우려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