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장정 '동성애자 찬성·동조' 조항 해석 이견…9월 초 선고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복식을 열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홍성국 위원장)는 8월 21일 안양 경기연회 본부에 당사자들을 불러 의견을 듣고 본격적인 재판에 착수했다.
재판 시작에 앞서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감리회 목회자·신학생들은 '축복은 죄가 아니다', '재판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연회 사무실 앞에 서서 응원했다. 맞은편에는 '감리교바르게세우기청년연대' 소속이라는 청년들이 서서 '죄를 축복할 수는 없다', '이동환 목사님 주님께로 돌아오라'는 피켓을 들었다.
재판은 예정보다 약 30분 늦은 11시 반쯤 시작했다. 재판위원회가 협소한 장소를 이유로 출석한 변호인 11명이 모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재판위원회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변호인 3명과 기자 1명만 출입을 허용한 후 재판을 시작했다.
먼저 진인문 목사가 기소 사실을 낭독했다. "이동환 목사가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참가해 동성애자들을 축복하고 집례했다"며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동환 목사가 교리와장정 재판법 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어겼다고 했다.
김문조 목사는 "이미 인터넷에 (퀴어 축제 당시) 동영상이 있다. 유튜브에 '퀴어 축제 이동환 목사'라고 치면 그대로 나와 있다. 이동환 목사가 무엇을 했는지, 그 장소에서 어떤 것을 행했는지 다 나와 있다. 우리가 문제 삼은 것은 일단 퀴어 축제에 참가했다는 사실과, 이것이 이미 교리와장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두 가지 사실로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심사위원회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동환 목사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는 아니다. 이동환 목사를 이 범과 조항에 적용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재판위원들은 이동환 목사에게 퀴어 축제에 참석하기 전 이 조항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이 목사는 "그 조항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퀴어 문화 축제에 가서 축복식을 집례하는 게 그 조항을 위배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경위서를 제출할 때부터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해당 조항의 '찬성과 동조'라는 표현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 정도로 추상적이기 때문에 '찬성과 동조'의 범위를 상당히 좁게 해석해야 한다. 피고인은 집례하는 게 찬성·동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집례식을 하고 나서 다른 이들이 그 행위가 찬성·동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니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인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인문 목사는 이 목사 행동이 '묵시적 동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에 찬성·동조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심사위원회 최후진술을 보면 알겠지만 '교리가 잘못됐다', '성경 해석이 잘못됐다'고 얘기한다. 동성애를 동조하거나 찬성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나도 다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행위 자체는 묵시적 동조다. 통념상 그 자리에 참석해 축복식 했다는 자체가 동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재판위원은 이동환 목사에게, 퀴어 축제에 참가할 당시 소속을 '영광제일교회'가 아닌 '감리교퀴어함께'라는 단체로 표기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 단체는 무슨 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이동환 목사는 "감리교퀴어함께는 성소수자 선교를 위한 모임이다. 단체는 아니고 몇몇 목회자와 교인이 모인다. 축복식에 초대받았을 때 교회 이름을 넣어도 상관없었지만, 내가 참여하는 모임 이름으로 가는 게 더 적절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목사 변호인 황인근 목사도 "감리교퀴어함께라는 모임은 2015년 입법 총회에서 '동성애 조항'이 발의되자 결성된 목회자·신학생 모임이다. 성소수자들에게 어떻게 실용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지, 성수소자가 있는 교회에서는 어떻게 목회할 수 있는지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이지, 단체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조직체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재판위원은 이동환 목사에게 축복식 당일 착용한 무지개 스톨에 대해 물었다. 감리회 목사들이 보통 그런 스톨을 두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무지개가 퀴어를 상징하는 표시 아니냐며 평소에 교회에서 착용하느냐고 질문했다.
이동환 목사는 "무지개 스톨이라기보다는 '셀러브레이트 스톨'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어떤 축제나 기념 자리에서 사용하는 스톨이다.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게 꼭 퀴어나 성소수자의 상징이 아니라, 다양한 축복과 축하의 자리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에서도 종종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를 입증할 자료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기초 사실관계와 이에 대한 이동환 목사 측 의견을 듣는 정도로 끝났다. 고성이 오가거나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차분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동환 목사 쪽 변호인들은 재판위원들에게, 다음 재판에 앞서 증거들을 충분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축복식 영상들은 편집된 것들이라며, 퀴어 축제 당시 축복식 전체 장면(10분 분량)을 제출할 테니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 또 심사위원회가 이 목사 진술이 바뀌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그렇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자격심사위원회 출석 당시 녹취록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다음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게 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어떤 이유로 이 목사를 축복식 집례자로 불렀는지 듣기 위해, 조직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소 이 목사가 성소수자뿐 아니라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축복해 왔다며, 해고 노동자 1명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위원장 홍성국 목사는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에 따라 이번 재판은 9월 15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홍 목사는 "증거를 더 검토한 후 8월 28일 한 번 더 재판하고, 그 다음 주 선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