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원 "일상 속 실천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낮춰야"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다. 산업화가 늦었는데도 누적 배출량이 17위다.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하면 2030년까지 티핑 포인트 1.5도를 지키기는커녕 4도 이상 상승하는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은 이미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찍혔다."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원은 한국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인데도 사실상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7월 6일,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양재성 상임대표)가 주최한 생태신학 강좌에서 '생태 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2018년 제출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강의를 풀어 갔다. 그는 지구 온도 변화 티핑 포인트(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현상 - 기자 주) '1.5도'를 강조했다. "산업혁명 이후 이미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했다. 여기서 0.5도 더 상승하면 생태 파괴가 격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온도 변화보다 변화 속도가 무서운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빙하기 간빙기 10만 년 정도를 살펴보면 8도 내지 10도가 오르내렸다. 이걸 보고 1.5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만 년 동안 10도 정도 바뀐 것은 큰 타격이 없었지만, 불과 100~200년 사이에 생긴 1도 이상의 변화는 생태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지질학에서는 생물 종이 겪는 큰 변화로 지질시대를 구분한다. 김 연구원은 최근 지질학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 때문에 다른 종이 급격하게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가 바뀔 때마다 지구 평균 기온은 2도 정도 변했고, 생물 종의 95% 이상이 멸종했다. 지난 100~200년간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높아졌다는 것은 수많은 종이 멸종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동시에 가축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포유류 개체 수 무게를 더하면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36%, 인간이 기르는 가축 비율이 60%라고 말했다. 고작 나머지 4%가 야생 포유동물이다.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며 "후대 지질학자가 우리 시대를 보면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상승에 따른 기후변화다. 김현우 연구원은 이것이 6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평균 온도 상승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관관계는 명확하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56%다. 이산화탄소는 분자구조가 안정적이라 대기 중에 배출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100년 동안 온실효과를 만든다"고 말했다.
인류의 식습관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했다. "메탄은 동식물 사체가 썩을 때, 특히 가축으로 대량 사육하는 소의 생리 현상에서 나온다. 이산화탄소보다 양은 적지만 온실효과는 28배나 더 많다. 자본주의 대량 유통망에 들어오지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되는 식재료가 30% 정도 된다. 폐기돼 산지에서 썩으면서 메탄을 방출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1도 정도 오르는 동안 한반도는 1.4도가 올랐다. 그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것이다.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다. 산업화가 늦었는데도 누적 배출량이 17위다.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하면 2030년까지 티핑 포인트 1.5도를 지키기는커녕 4도 이상 상승하는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은 이미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처럼 공공연하게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오히려 '기후 침묵'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에서 기후변화는 중요하다는 항목에 80~90%가 동의하면 뭐하나. 기후변화 회의론보다 기후 침묵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기업 10개가 국가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도 짚었다. "기업들이 의미 있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하다. 일상 속 환경보호 실천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말 필요한 정책·제도 확립에 압력을 행사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서로 더 연결돼서 더 큰 실천과 제도적 각성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불확실성이 전제되는 가운데서도, 확률적으로 확실한 파국 상태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확실한 행동을 즉각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작은 변화부터 큰 변화까지 가능하다. 교회 공동체도 교리나 성경 이야기들을 토대로 탈성장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가치를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이냐 일자리냐' 하는 고전적 대립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환경보호 정책은 경제성장을 둔화하거나 일자리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거라고 했다. 사실 반대다. 기후 위기에 빨리 대응할수록 경제에 좋다. 늦게 대응할수록 예산도 더 들어가고 회복도 어려워진다. 총 고용량도 늘어날 수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지역 분산형이기 때문에 지역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환경 위해 노력 경주하는 일 의미 없지 않아" 더 과감한 탈성장·나눔·연대 필요, "시민사회가 국회 압박해야" |
질의응답 시간에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문답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티핑 포인트 1.5도라는 수치는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얘기인 것 같다. 이제는 구조적으로 온도 변화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현우 연구원은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망했으니 하지 말자가 아니라, 완전 망한 다음에 하느냐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나누고 돕고 살아가야 할지 체제와 관계 양식을 바꿔 가느냐 차이다. 1.5도는 현실에서는 무력한 숫자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기준으로 여러 노력을 경주하는 일이 의미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회 공동체가 탈성장주의 환경 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김 연구원 말에 "한국교회도 성장주의적이지 않은가"라며 회의적으로 질문을 던진 참석자도 있었다. 김 연구원은 "사실 성장 중독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의 문제다. 할 수 있거나 의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나서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더 담대하고 과감하게 탈성장을 얘기하고 더 큰 나눔과 연대를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서 대대적으로 얘기가 안 터져 나오니까 국회도 정부 정책도 미진한 것이다. 정부는 원래 그렇고 교회도 원래 그러니까 답이 없다는 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환경 정책에 여러 이해 당사자들 간 갈등 요소가 있을 텐데, 모범적으로 조율 과정을 보여 준 국내 사례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없다.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가면 노조 대표나 시민사회 대표보다 기업 상무가 발언권이 훨씬 크다. 기업 측이 '이러면 우리 수출 못 한다'고 하면, 산업부는 기업 편들고 환경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시민·노조·농민들 발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이 제일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압박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환경 정책을 내더라도 다음번에 또 당선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 임기 내 당장 효과 없어 보이는 환경 정책에도 관심을 갖고 법안과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태주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고 세력을 얻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화교회연구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7월 13일 월요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신익상 소장(한국교회환경연구소)를 초청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생태신학'을 주제로 생태신학 강좌 2강을 연다. 강의는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