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표 "기독교 교리 반대나 종교의자유 탄압 아냐"…민주당·통합당에 동참 촉구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지도부가 29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안은 정의당 의원 6명(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등 총 10명이 함께 발의한다. 국회방송 갈무리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지도부가 29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안은 정의당 의원 6명(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등 총 10명이 함께 발의한다. 국회방송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누구든지 신체적·사회적 조건 때문에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신을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총 10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 발의자 장혜영 의원은 6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법"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는다. 차별은 인간의 불가침한 존엄성을 부정하는 혐오와 폭력의 숙주다. 누구도 약자이며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이 법은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출발선이자 2020년 대한민국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차별금지법안은 기존 장애인 차별 금지, 고용상 차별 금지 등 집단·계층에 대한 세부적 차별 금지를 넘어,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기본법이다. 법안 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일을 '금지 대상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안 내용은 10여 년 전부터 수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 금지.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법조문에 '성적 지향'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번번이 입법에 실패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만 해도 처벌될 것이라는 보수 교계의 집요한 흑색선전 때문이었다.

표를 쥐고 있는 보수 교계 목사들 반발 때문에 나서는 국회의원이 많지 않았다. 정의당 의원 6명을 빼고 4명만 더 모으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보수 교계 반발을 우려한 동료 의원들이 주저하면서 10명을 채우는 데 고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0명 중 심상정 의원(고양시덕양구)을 제외하면 전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민사회의 숙원이었지만, '동성애법'이라며 극렬 반대하는 일부 교계 인사들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7년 2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대선 후보들에게 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민사회의 숙원이었지만, '동성애법'이라며 극렬 반대하는 일부 교계 인사들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7년 2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대선 후보들에게 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자회견에서는 보수 개신교를 염두에 둔 말이 여러 번 나왔다. 장혜영 의원은 "이번 법안에 차별을 이유로 처벌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법안 제55조(불이익 조치의 금지)를 위반했을 경우에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을 뿐, 다른 벌칙 조항은 없다. 55조는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 및 그 관계자가 진정 또는 소 제기, 증언, 자료 등의 제출 또는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퇴학,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해서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이다. 즉 제보자나 공익 신고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가한 경우에만 차별금지법에 의거해 처벌받는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은 기독교 교리를 반대하거나 종교에 맞서는 게 아니다. 이 법은 종교의자유를 탄압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합법화법'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든 개인이 그 자체로서 존엄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법안일 뿐, 누구를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역구 목회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개신교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필요하다면 조정하는 과정도 거치겠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코로나19를 경험한 국민들의 압도적 열망이다. 국민의 대리 기관인 국회가 이 열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국회가 당당하게 입법에 나서자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날로 심각해져 가는 불평등에 단호히 맞서는 법이며, 21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보여 줄 수 있는 법안이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부 개신교의 압박을 두려워하며 시민들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합의를 애써 외면해 왔던 과거의 용기 없는 국회와 지금의 21대 국회는 완전히 다른 국회다. 21대 국회야말로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골든 타임이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 10명이 발의한 법안 외에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가 차별금지법 명칭을 '평등법'으로 바꿔 입법을 권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보수 교계를 의식하는 미래통합당은 '성적 지향'이 빠진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배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차별금지법에 함께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잇는 길이다. 국민 88%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 21대 국회, 국민께서 여당에 보내준 압도적 지지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할 중요한 명분"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에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 등에 '나중에'란 없다. 누군가의 절박한 오늘을 정치가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차별금지법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는 이번이 7번째다. 2007년 법무부 제출안을 시작으로, 2008년 고 노회찬 의원 대표 발의안, 2010년 권영길 의원 대표 발의안, 2012년 김재연 의원 대표 발의안, 2013년 김한길 의원 대표 발의안과 최원식 의원 대표 발의안이 올라왔다. 대부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