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감리회 규탄…"사랑이 혐오를 이길 때까지 끝까지 연대, 반드시 바꿔 낼 것"

'동성애자 지지' 행위로 첫 종교 재판을 받게 된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이동환 목사 기소가 부당하다고 규탄하고, 기소 근거가 된 교단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동성애자 지지' 행위로 첫 종교 재판을 받게 된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이동환 목사 기소가 부당하다고 규탄하고, 기소 근거가 된 교단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가 종교 재판을 받게 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와 이 목사를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한곳에 모였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대책위·공동집행위원장 황인근·남궁희수)는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목사를 재판에 회부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경기연회를 규탄하고, '동성애 찬성·지지' 목회자 처벌을 명시한 교단 헌법 교리와장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세찬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감리회 본부 앞에는 그리스도인 150명이 모였다. 이들은 '성소수자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는 피켓을 들고 이동환 목사를 응원했다. 교회에서 외면당하고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을 위로하고 축복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들은, 이 목사가 부당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에 앞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2017년 충북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불려 갔던 변영권 목사(예사랑교회)는 "비슷한 경험을 해 보니, 목회자 한 사람의 신앙과 양심에 따른 행동을 교단법으로 정죄하는 행동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사람을 위축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누가 또 고발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축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누군가를 혐오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목소리를 내고, 무엇도 하나님 사랑을 제한할 수 없다는 우리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성소수자를 위하는 길이며, 감리회를 위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변 목사는 "이동환 목사를 징계하면 다음 퀴어 퍼레이드에는 내가 갈 것이다. 그다음에는 또 다른 목사가 갈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환대하며, 이를 위해 기꺼이 징계당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조은소리 회장은 "이번 사건은 한 목회자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신학생·신학자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은소리 회장은 지난해 11월, 감신대에서 '전환 치료 강의'가 열릴 수 있도록 용인해 준 사건을 언급했다. 학교가 교단 눈치만 보며 동성애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조은소리 회장은 감신대 이후정 총장과 모든 교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이동환 목사와 우리는 당신들 제자다. 제자가 사상 검증에 가까운 재판받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차별법으로 재판받게 된 상황이다. 교수들에게 묻는다. 하나님의 축복은 성소수자만 피해서 내리는 것인가. 이 상황을 보고만 있지 말고 억울한 제자들과 연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오성 목사(KSCF 협동총무)와 유연희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기획위원)는 동성애자 집례를 허용하고, 이들에게 성직을 개방한 연합감리교회(UMC)와 세계 여러 교회 흐름을 설명했다. 두 목사는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고 흑인에게 안수를 주지 않았던 과거 모습이 오늘날 동성애자 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자신 역시 이 목사와 같은 이유로 교단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에 굴하지 않고, 성소수자에게도 안전한 감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자신 역시 이 목사와 같은 이유로 교단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에 굴하지 않고, 성소수자에게도 안전한 감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목회자들뿐 아니라 이웃 교단과 단체에서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동환 목사를 지지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는 "양심에 반해 행동하는 일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다는 루터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상황을 보니 그 말뜻을 알 것 같다. 이동환 목사가 걷는 길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사랑이 혐오를 이길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장 민숙희 사제(대한성공회)는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교회가 '동성애 지지'를 처벌 조항에 넣었다는 게 충격이다. 차별과 혐오는 크고 작음이 없다. 그것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 범죄다. 감리회는 이런 법 조항을 없애야 한다. 가장 약한 존재들과 함께한 이동환 목사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벌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일부 교단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와 채플 시간에 무지개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장신대 오세찬·서총명 전도사도 참석해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임보라 목사는 기자회견 후 기자를 만나 "2015년 '성소수자를 돕는 자도 처벌하겠다'는 조항이 생긴다고 예고됐지만, 별다른 목소리가 없어 그대로 통과됐다. 이제는 자성의 목소리를 모아 '축복이 죄가 아니라 침묵이 죄다'는 인식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감리회 내부에도 존재할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찬 전도사는 "'성소수자 환대' 목소리를 낸 목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보고 위로를 받았다. 감리회 목사·교수·신학생이 각자의 목소리를 낸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덮어 두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 "내가 믿는 하나님,
모든 이에게 차별 없으신 분"
"성소수자 지지 처벌 조항 개정돼야"
이동환 목사는 소외된 자들의 이웃이 되어 준 예수님 모습을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교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는 소외된 자들의 이웃이 되어 준 예수님 모습을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교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많은 사람의 연대를 받은 이동환 목사는, 동성애자와 함께할 수 없도록 빗장을 걸어 잠근 교단법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내가 믿는 하나님과 예수님은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사랑을 내리시며, 죄인 취급 받은 이들의 친구가 되신 분이다. 나는 목사로서 그 뜻을 따르려 노력한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다.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나는 감리회 목사인 것이 자랑스러우며 감리회를 사랑한다. 계속 목회하고 싶다. 그러나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에 앞장서는 모습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교리와장정의 차별적 조항을 바꾸는 데 힘을 다할 것이고 반드시 바꿔 낼 것이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동환 목사와 성소수자들을 함께 축복하며, 교단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 기소를 기각하라 △경기연회는 성소수자 목회를 위한 연구 모임을 만들고 불합리한 장정을 개정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라 △감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소수자를 환대하는 교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대책위는 조만간 열릴 연회 재판에 매번 참석하며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성소수자 축복은 죄가 아니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의 이동환 목사 기소 결정에 부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지극히 작은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다'

성서의 말씀은 한결같이 참된 사랑을 향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의 길을 따라야 할 한국 감리교회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모진 편견과 차별로 고통당하고 있는 성소수자에게 복을 베풀어 달라 기도한 목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정말 성서의 말씀에 따르는 것일까요?

2019년 8월 31일 이동환 목사는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축복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영원히 깨어져 버린 것 같은 아픔 속에 있는 이들에게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하고 선포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당연한 직무입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이동환 목사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서로의 안녕과 복을 빌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축복 기도는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너무나 쉽게 정죄당했습니다. 축제가 끝난 직후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대표 이구일 목사)와 중부연회 건강한사회를위한목회자모임(대표 성중경 목사)는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를 지지'했다며 속한 경기연회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사상 검증에 가까운 추궁을 당했습니다. 경위서와 각서(를 대신한 편지), '동성애'에 대한 연구 리포트를 연달아 제출해야 했습니다. 조사 내내 성소수자 성도를 둔 목회자로서 감리회 법을 존중하며 목회를 하겠다고 겸손히 밝혔지만, 결국 자격심사위원회는 '(이동환 목사가) 끝내 동성애 찬성과 동조에 지지를 굽히지 않았다'라며 이동환 목사를 고발했고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이 "동성애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라고 밝혔던 이 목사의 발언은 묵살되었습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축복이 '죄'로 탈바꿈된 것은 갑자기 등장한 '동성애'를 배척하는 감리교회 처벌 조항 때문입니다. 2015년 제31회 감리회 총회 입법의회는 제7편 재판법 제3조(범과의 종류) 7항에 '동성애 찬성 및 동조자'를 처벌 대상에 삽입했습니다. 현재 이 조항은 8항으로 옮겨져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범한 교역자는 다시 제5조(벌칙의 종류와 적용) 3항에 의해 정직, 면직, 출교 중 한 가지에 처하게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직停職은 목회직이 해당 기간 동안 정지되는 것이며 면직免職은 목회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처벌입니다. 출교黜敎는 교회법이 정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서, 교회로부터 추방됨을 뜻합니다. 목사로서의 생사여탈이 걸린 중대한 범과를 신설하면서 목회적·신학적 논의나 합리적 토론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라는 무리한 법 조항은 이 법이 얼마나 악법인지를 보여 줍니다. 국가보안법에나 있는 '동조'가 처벌의 근거가 된다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번 재판은 이 장정이 적용되는 첫 사례인 동시에 한국교회가 성소수자와 관련해 목회자에 대한 징계를 다루는 첫 번째 사건입니다.

목사가 사회적 약자에게 축복했다고 교회에서 쫓겨나게 된 웃지 못할 사태의 배후에는 마땅히 사랑해야 할 이웃을 정죄하기 바쁜 반복음적 태도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동성애'를 저주하고 정죄하는 목소리는 너무 쉽고 높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저주가 향하는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좁고 편협합니다.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이 사회, 교회에는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경험하며 누리고 있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으로 살아가며 우리와 함께 신앙의 길을 가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무지와 무관심으로부터 돌이켜 모든 이들의 삶에 깃든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환대하여야 합니다.

정말, 교회가 성소수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죄가 됩니까? 축복은 결코 죄가 될 수 없습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복은 결코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무엇도 우리를, 또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끊을 수 없습니다. 조건 없는 예수님의 구원을 전파해야 하기에 우리는 보다 널리, 보다 깊이 사랑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사회의 큰 책임을 나누어 지고 있는 공동체로서 성적 소수자들이 직면한 다양한 형편을 더 많이 배우고 새 길을 연구해야 합니다. 세계를 더 나은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 가라는 시대적 요청과 책무로 이끄시는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목사가 안수 시에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받은 축복권을 행사한 것이 장정 위반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에 대한 기소를 기각하라.
하나. 성소수자 목회를 위한 연구는 오랜 시간 성숙한 대화와 열린 토론을 필요로 한다. 경기연회는 이를 위한 연구 모임을 만들고 불합리한 장정 개정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
하나.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교회가 가로막을 수는 없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더 이상 하나님과 교단이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과 배제를 묵과하지 말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소수자를 환대하는 교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라.

2020. 6. 24.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일동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