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상습적으로 설교를 표절하다가 교인들에게 적발된 담임목사가 노회에서 '강도권 6개월 정지' 판결을 받았다. 반면, 최초로 표절 사실을 발견하고 담임목사에게 사임을 권유했던 부목사는 '무기 정직' 판결을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중경기노회(전순기 노회장) 재판국(김찬곤 재판국장)은 4월 28일 봄 정기회에서, 설교를 상습 표절한 혐의로 교인들에게 고소당한 과천 ㄱ교회 ㅅ 목사에 대해 "2013년 ㄱ교회 청빙 이후 89편을 표절·복제했고, 이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14차례 표절·복제하는 등 총 103건을 설교했다"며 강도권을 6개월 정지한다고 했다. 또한 ㅅ 목사에게 "10월 6일 가을 정기노회 전까지 국내 유수 설교 아카데미 또는 설교 클리닉에서 수학한 후 수료증을 제출하라"고 했다.

노회와 교인들 온도 차 확연
노회 "목사 설교권 빼앗은 것, 중벌"
교인들 "재판 중에도 표절, 솜방망이 처벌"
과천 ㄱ교회 교인들은 2019년 9월 기자회견을 열고 ㅅ 목사의 설교 표절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교인들이 확인한 것만 80여 편이었다. 교인들은 2020년 3월까지 노회에서 표절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ㅅ 목사가 설교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과천 ㄱ교회 교인들은 2019년 9월 기자회견을 열고 ㅅ 목사의 설교 표절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교인들이 확인한 것만 80여 편이었다. 교인들은 2020년 3월까지 노회에서 표절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ㅅ 목사가 설교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과천 ㄱ교회 사건은 2019년 6월 초 ㄱ 부목사가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사실을 우연히 인지하면서 시작했다. ㄱ 목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ㅅ 목사는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연말까지 교회를 정리하고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ㄱ 목사는 이 말을 믿고 표절 사실을 함구했다. 그러나 ㅅ 목사는 교회 중직자를 선출하는 등 교회를 떠나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ㄱ 목사는 담임목사 사임을 요구하면서, 다른 부교역자들과 함께 8월 말 교회를 일괄 사임했다.

그제야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을 알게 된 교인들은 ㅅ 목사에게 분노했다. ㅅ 목사 설교를 전수조사했고, 확인된 표절 설교만 80여 편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교인 20여 명은 2019년 9월 초 과천시민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ㅅ 목사가 "내 설교 내용이나 목회 계획의 절반 정도는 새벽 기도하다가 자리 앉아서 메모한 데서 대부분 나온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전부 표절했다며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ㅅ 목사가 사임하지 않고 버티자, ㄱ교회 교인들은 그를 노회 재판국에 고소했다. 2019년 10월 가을 정기노회에서 재판국이 설치됐지만, 당시 노회장이었던 박건 목사는 "(설교 표절은) 고소할 사건이 아닌데도 고소했다. 오히려 교인들이 명예훼손으로 치리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ㅅ 목사를 두둔하고 교인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경기노회 재판국은 올해 3월까지 5차례 재판을 연 끝에 '강도권 6개월 정지' 및 '설교 클리닉 이수'라는 처벌(?)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노회장 전순기 목사는 5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중벌'이라고 평가했다. 전 목사는 "상당히 중한 벌을 내린 것이다. 강도권을 중지하는 것은 목사로서는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목사는 설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6개월간 중지한 것 아닌가. 재판국이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판국장 김찬곤 목사는 5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목사를 보호하기 위한 재판이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갖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도 살리고 사람도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강도권을 중지하고 클리닉까지 받게 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재판국 내부에는 엄벌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ㄱ교회 위임목사 자격을 해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권징은 단지 벌주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회개할 기회를 주고 돌이키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를 받아 든 교인들 입장은 정반대다. 교인들은 "6개월 쉬었다가 돌아오라는 말"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인은 재판국장 김찬곤 목사가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 현직 대표회장이고, ㅅ 목사도 교갱협에서 활동한다며 이게 교회 갱신이냐고 되물었다.

교인들은 ㅅ 목사가 재판받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이동원 목사 설교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1월 19일 설교 '지금은 하나님의 인도함이 필요합니다'는 이동원 목사의 '지금은 주의 인도를 받아야 할 때입니다'를, 2월 9일 설교 '오직 지혜 있는 자가 같이 하여'는 '지금은 지혜롭게 살아야 할 때입니다'를, 2월 16일 '다시 희망의 꿈을 꾸어야 합니다'는 '지금은 희망을 사야 할 때입니다'를 베꼈다는 것이다.

ㅅ 목사는 이동원 목사 저서를 참고해 설교를 작성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인들은 ㅅ 목사가 설교에서 사용한 예화와 설교의 큰 주제(대지)가 모두 이 목사 것과 유사하다며 표절이라고 했다. 교인들은 총회 재판국에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며, 상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ㅅ 목사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본래 저작권법은 친고죄에 해당해 설교를 표절당한 이가 고소해야 한다. 그러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표절당한 이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다. 과천경찰서는 3월 25일, ㅅ 목사의 저작권법 위반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뉴스앤조이>는 ㅅ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중경기노회는 ㅅ 목사에게 강도권 6개월 정지 판결을 내렸다. 10월 가을노회까지 설교 클리닉을 이수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도 했다. 반면 부목사는 '무기 정직'에 처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중경기노회는 ㅅ 목사에게 강도권 6개월 정지 판결을 내렸다. 10월 가을노회까지 설교 클리닉을 이수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도 했다. 반면 부목사는 '무기 정직'에 처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표절 사실 발견한 부목사 '무기 정직'
"부목사가 잘못 인정 안 해"
ㄱ 목사 "괘씸죄 걸려, 교단 탈퇴할 것"

중경기노회는 담임목사의 표절 사실을 알린 ㄱ 부목사에게 '무기 정직'을 내려, ㅅ 목사보다 더 엄하게 처벌했다. 담임목사를 협박했으면서도 노회원들 앞에서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ㄱ 목사 처벌은 4월 28일 봄 노회 현장에서 즉석으로 진행됐다. 노회는 "ㄱ 목사는 자신이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교회 담임목사에게 2019년 9월 말까지 사임하라고 협박 및 공갈로 압박했다"며 현장에서 치리회를 열었다.

노회장 전순기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분이 부목사로서 자기 담임목사에 대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잘못했다고 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노회 질서를 무너뜨렸다. 언제까지 사직하라고 협박하고 부교역자들 선동해서 같이 사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된 태도다"고 처벌 이유를 밝혔다.

전 목사는 "노회 어른들 마음은, 그 사람을 죽인다거나 혼내서 쫓아내겠다는 게 아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라는 것인데, 권면을 듣지 않았다. 나도 부목사 시절을 겪어 봤고, 젊은 목사 입장에서 담임목사가 이해 안 될 때가 많고 비난하고 싶을 때도 있다. 담임목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보니 그때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게 됐다. 하나님이 깨닫게 하셔서 크게 회개했다. 그분이 그걸 모르니까 크게 잘못한 거다. 그것을 모르면 앞으로 목회하면서 크게 어려움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국장 김찬곤 목사도 "ㄱ 목사에게 권면을 많이 했다. 그 사람도 목회를 계속해야 할 텐데 자기반성하고 새로워지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노회는 ㄱ 목사를 엄벌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담임목사에게 대들고 엄하게 한 부분을 인정하고 낮추면 더 문제 삼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이 친구는 어디서 사주를 받았는지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말까지 하더라. 재판국에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노회에 넘겼다"고 말했다.

현장 재판으로 무기 정직을 당한 ㄱ 부목사는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5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처음 ㅅ 목사는 '내가 교회를 사임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면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6월, 7월, 8월이 지나도록 나가려는 모습이 없었다. 그래서 8월에 '목사님이 자꾸 약속을 어기시니 말을 도저히 못 믿겠다. 사임하려는 날짜를 말씀해 주지 않으시면 내가 함구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겠다고 했다. ㅅ 목사는 앞 내용은 다 자르고 마지막 말만 이야기하면서 '이것 봐라, 부목사가 담임목사한테 사임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ㄱ 목사는 노회 재판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5차 재판까지 했는데, 3차까지는 재판국 목사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었다. 다들 어른들이고 내가 후배니까. 그런데 재판국원들이 조사는 안 하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책임지라'는 식인 거다. 그래서 4차 재판 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자꾸 인정하라니 할 수 없다'고 했고, 5차 재판 때는 '나를 가해자로 몰아가는데 자꾸 그러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마음도 있다'고 했다. 재판국에서는 내 얘기는 하나도 안 듣고 '후회 안 할 자신 있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예장합동 교단을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원래 타 교단 신학교에서 신대원까지 마쳤다. 목사 안수 4개월 남겨 두고 예장합동에 있는 목사님이 도와 달라고 해서 넘어온 것이다. 굳이 이 교단에 남을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교회를 사임한 ㄱ 목사는 올해 3월부터 경제활동을 위해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ㄱ 목사는 "ㅅ 목사를 어떻게 하려고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목사라면 자기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을 바꾸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 자기를 변호하려 한다.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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