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정현구·정병오)이 5월 7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교회: 위협과 기회'라는 주제로 좌담을 열어, 코로나19로 생존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사회와 교회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기윤실은 △사회 △경제 △예배 △목회로 주제를 나누고 각 분야 전문가 이야기를 들었다. 권선필 교수(목원대 행정학과)가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이윤재 교수(숭실대 경제학과)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가 '코로나19 이후의 교회', 조주희 목사(성암교회)가 '재난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2시간 동안 진행한 좌담회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와 예배의 변화 양상을 다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와 예배의 변화 양상을 다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진봉 교수는 △주일성수 신앙에 대한 인식 변화 △'건물 공간'으로서 교회의 재고 △온라인 성찬 등 예배 변화 양상에 초점을 맞췄다. 최 교수는 "예배 없는 교회, 교회 없는 예배의 지속으로, 공간에 치중한 '외형적 교회주의'는 쇠락할 것이다. 미디어 대응력을 갖추고 상황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체질의 교회들이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도의 모임'이라는 교회의 본래성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성도들이 회합하는 행위 없이는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교회의 진면목과 실체를 알 수 없다. 예배 방식에서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되, 교회 됨의 고유한 본래성을 침해·변질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개월 동안 한국교회가 보여 온 중구난방식 대응도 지적했다. "통일된 양식이 없는 개신교회는 재난 상황 속에서 많은 갈등과 불일치를 양산했다. 이는 교회 성도들과 일선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불안을 가져왔다. 예배적·목회적 차원에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교단별 통일된 예배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조주희 목사는 교회가 신학적 성숙을 추구하고 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고 방역 당국 지침을 '종교 탄압'이라고 하는 등, 어설픈 신학·정치적 발언으로 교회가 분열적 종교로 비쳤다"며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폐쇄적 신학 담론이 일반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소양 계발 및 평신도 신학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 일원인가' 물으며, 'Doing' 교회에서 'Being'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 아래 지역사회와 합의하지 않고 독단적 행보를 보일 때가 많다. 무언가 하겠다는 입장보다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소통하며 곁에 있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 지역사회 단체·조직 및 행정기관과의 긴밀한 대화·협력도 필요를 지적했다.

경제 분야를 발제한 이윤재 교수는,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는 경제주체 간 접촉이 금지되면서 일어난 초유의 사태로 여느 위기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불과 1~2달 사이에 전 세계 근로시간이 10.5% 감소해 일자리 3억 500만 개가 사라졌다. 한국도 소득 감소와 대량 실업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경제적 취약 계층"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섬겨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도울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 이 부분을 교회가 일정 부분 담당해 주어야 한다. 교회 공동체가 가진 인적 자원 등으로 NGO 및 정부 기관과 협력한다면 취약 계층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분야를 발제한 권선필 교수도 사회적 취약 계층을 언급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사람은 취약 계층이다. 사람은 사회적 단절 속에서 살 수 없다. 외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고 공급받아야 한다. (거리 두기는) 외부와의 연결이 쉽게 끊어지는 취약 계층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향후 재난 발생 시 '무엇을 단절하고 무엇을 연결(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재난 종식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패널들의 발제가 끝난 후 전체 토의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권선필 교수, 조주희 목사, 최진봉 교수, 이윤재 교수. 뉴스앤조이 여운송
패널들의 발제가 끝난 후 전체 토의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권선필 교수, 조주희 목사, 최진봉 교수, 이윤재 교수. 뉴스앤조이 여운송

발제가 끝난 후 진행된 토의 및 질의응답 시간에도 여러 의견이 오갔다. 권선필 교수는 온라인 예배가 불러온 교회 기능의 통합성 상실을 지적하며 "온라인에서 결여된 교제와 나눔 문제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주희 목사는 "온라인 교제 실효성을 격하하는 것은 기성세대만의 이해일 수도 있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충분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 온·오프라인을 대립적으로 보기보다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형태 및 목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최진봉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교회가 등장했을 때 교단 안에서 운신할 수 있을까" 질문하면서, 교단들이 현장 교회를 유연한 태도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교회 형태가 요구되는 시대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주희 목사는 "목회자 혼자 목회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다. 다양한 분야의 '목회 지원 그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대응을 위해 신학뿐만 아니라 사회 관련 전문 역량이 모여야 한다. 이들이 목회를 지원해 주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재난 상황 시 교회는 당황과 혼란의 반복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 전체 영상과 발표 자료는 기윤실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