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국진 목사님 글에 반론하는 글이 아닙니다.

전 아직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하나 있습니다. 개신교가 왜 동성애에 대해 이토록 격렬하게 저항하고 적의를 드러내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가 죄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성애를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하고,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한 교육을 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고, 질병관리본부에 에이즈와 동성애의 상관성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에 동성애 보도 부분을 삭제하라거나, 교회에서 동성애의 폐해에 대해 설교하고 교육하라는 등 지금의 반대 움직임은 너무도 폭력적이고 과잉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필자 주

죄에 대응하는 개신교의 이중성

먼저 죄에 대한 입장을 생각해 보죠. 개신교에선 죄라고 불리는 것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동성애입니다. 그런데 동성애가 죄라면 다른 죄보다 더 가증하고 혐오해야 할 죄인가요? 다른 죄들은 강력하게 반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약소한 걸까요? 하나님은 죄의 급을 나누셨나요? 어떤 죄가 가장 무겁고 나쁜 것일까요? 동성애는 어느 정도에 위치했을까요? 동성애는 다른 어떤 죄보다 나쁘고 더럽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일까요?

동성애만 유독 열광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다른 죄에 대해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만큼의 강도로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퀴어 문화 축제' 때문에 더 강하게 반대를 한다고 하죠. 그러면 '부처님 오신 날'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행사를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건 십계명에서도 첫 번째 계명입니다. 그거야말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목숨을 걸고 반대를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성경이 불교를 한 번이라도 긍정한 적이 있습니까. 가끔 절에 가서 불상의 목을 베거나 절을 파손하는 행위를 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더 과감하고 더 용기 있고 더 가열하게 복음을 들고 불교를 향해 돌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면, 개신교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종교였나요?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믿는 종교인가요? 불교는 동성애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력이 크고 사람이 많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불교는 수많을 사람을 미혹하는 우상이고 죄라고 믿으면서 왜 행동하지 않는 거죠.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행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목회 활동비를 오용하고 교인들의 합리적 비판을 사탄의 전략이라고 하고, 정작 자신은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겐 반성을 요구하고, 교회를 건축하는 데 있어서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교회가 분란을 겪게 만들었는데, 개신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은 왜 가만히 있으십니까. 조용기 목사는 배임과 탈세로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도 퇴진하지 않고 여전히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한기총의 대표이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동성애는 죄라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조용기 목사의 문제는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도 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목회를 하고 있는 전병욱 목사의 문제는 왜 침묵하고 있나요? 전례 없을 정도로 700여 명의 목사들이 면직 촉구를 해도 노회는 논의를 하지 않습니다. 대형 교회뿐만 아니라 중소교회의 적지 않은 목사들도 교회를 제 기업처럼(요즘엔 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운영하거나 재정을 유용하는 일이 많아서 분쟁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 외에도 세습 문제나 개신교 단체의 부정과 비리 등 개신교는 사회에서 수많은 지탄을 받아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골칫거리가 되어 가는데 교계는 뭘 하고 있고, 교인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걸까요?

이단 문제입니다. CBS에서 신천지 문제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어서 한동안 뜨거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당시 신천지 측에서도 반론 기자 회견을 하는 등 여러 형태로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개신교에선 신천지를 분명히 이단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대한민국에 이단 종교는 뿌리가 깊고 다양합니다. 이단 종교 연구가가 테러를 당해 죽기도 했습니다. 현존하는 이단의 수는 적지 않고, 신도 수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왜 개신교는 조용한가요?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대응을 하고 내부적으로 이단 논쟁이나 할 뿐입니다. 각 교회별로 추수꾼 금지라는 안내문을 적어 놓는 정도의 수동적인 방어 외에 교회가 함께 항의를 하고 대책을 세우고 궐기 대회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신천지만 놓고 봐도 너무나 많은 가정들이 깨지고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데 교회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죠. 그거야말로 한 영혼을 아니 수많은 영혼을 실족시키는 엄청난 죄일 텐데 말입니다. 내일이라도 교회는 단합해서 전국 각지의 흩어져 있는 신천지 교회 앞에서 항의해야지 않을까요?

교회에선 세상이 죄악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살인, 강도, 강간, 사기, 폭력 등등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겪습니다. 그런 현실인데 교회가 나서야 하지 않나요, 거국적으로 말입니다. 그저 몇몇 단체나 교회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간통죄가 합헌이 될 때까지 뭘 하셨나요? 십계명의 일곱 번째 계명인 간음(간통)죄가 폐지됐습니다.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닙니까? 왜 그걸 막지 않았나요? 모든 교회가 낮밤을 가리지 않고 기도회를 열고 각종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야 했죠. 성적 타락이 합법적으로 승인되는 순간인데 왜 침묵하셨습니까. 교회 안에만 갇혀서 시기나 질투, 탐욕 등의 성품만 단속할 뿐 밖으로 나와서 외치지 않습니다. 모든 교파가 총동원해서 사회 정화를 위해 날마다 소리를 높이고 피켓을 들고 거리마다 돌아다니며 범죄를 몰아내자고 해야 하지 않나요?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죠. 편안한 예배당에 앉아서 기도하고 찬송을 부를 게 아니라 거리로 나가서 예배하며 이 범죄한 세상을 향해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며 선지자의 심정으로 외쳐야 하지 않나요.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다른 종교나 신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가 불교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사회적으로 수많은 해악을 범하고 있는 죄들과 교회를 욕되게 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는 다른 죄보다 동성애가 우선해서 다뤄야 하고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요. 왜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병들게 하는 그 수많은 죄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약하디약한 동성애만 잡아서 때리고 있습니까? 왜 개신교는 이토록 죄에 대응하는 게 이중적인가요?

자신들의 죄를 가리기 급급한 개신교

며칠 전 〈주간경향〉은, 보수 개신교가 왜 동성애를 반대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내부의 문제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했지요. 그런 말을 들으면 참담하지 않나요. 세상이 교회를 향해 자신들의 문제를 덮기 위해 그런다고 해석합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절대로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 지적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교회의 민낯입니다.

동성애를 극렬히 반대하고 혐오하는 것은 근본주의 개신교의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동성애를 마녀사냥해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내부를 결속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듯합니다. 급격하게 교세가 위축되고 있고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을 외부로 투사한 것이죠. 젊은이들에게 외면받고 나이 든 분들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교회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하나의 징후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가 '심리적 저지선' 같은 것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뚫리면 모든 게 무너질 거라는 공포의 정서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초기 대응을 잘못한 정부로 인해 방역이 뚫려서 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것처럼 동성애를 저지하지 않으면 교회가 동성애자로 넘쳐나고, 결국 교회가 타락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명백한 죄라고 생각하는 동성애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게 되면 교인들의 신앙적 신념에 균열이 생겨서 목사들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봐 단속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교회는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해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고 외면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보다 돈을 더 사랑합니다. 요즘 목회의 성공 기준이 교인 수나 헌금 액수, 교회의 크기라고들 하죠. 교회에선 연일 성공학 개론으로 교인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에 응답합니다. 성과주의, 성공주의에 물든 교회는 예수의 정신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자정 능력도 상실했습니다. 돈, 성 추문, 사기, 세습 등등 세상을 향해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닙니다. 내 코가 석자죠. 일부 개신교의 개혁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헌신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닿을 때마다 거친 저항과 딱지 붙이기가 반복됩니다. 정치권에서 하는 종북 몰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를 배척합니다.

사실 동성애도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죠. 가장 약하고 만만한 대상이죠. 다른 문제, 즉 앞서 말한 돈이나 성 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그 문제에 있어서 교회는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비개신교인들에게 어느 정도 호소력이 있을 것 같은, 자신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는 가장 약한 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서 내부 결속과 단속을 하고 외부로 시선을 어떻게든 돌려 보려는 것이죠. 그런데 아십니까. 동성애를 불편해하는 비개신교인들이 동성애보다 개신교를 더 싫어한다는 것을. 많은 비개신교인들은 말합니다, 동성애가 이상해도 개신교만큼 이상하지는 않다고요.

교회는 부끄러움과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교회는 동성애를 반대하고 정죄하는 데 힘을 쓸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제 몸의 때를 벗겨 내지 못하면서 있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때를 벗겨 내려고, 아니 만들어 내서라도 어떻게든 벗겨 내려고 합니다. 주제 파악을 해야 합니다. 누가 누구를 향해 죄인이라고 하고,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부끄럽지 않나요. 하나님 보기에 민망하지 않나요. 허다한 허물로 더럽혀진 교회의 모습은 외면하면서 힘없는 소수자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염치없는 행동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대형 교회를 비롯해 한국교회의 폐단과 병폐는 세상이 걱정을 할 정도입니다. 썩어서 추악한 냄새가 나는 개신교를 혁명적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데 에너지와 시간과 돈과 결의를 모아야 합니다. 작고 약한 자들을 핍박하고 고통을 주지 말고, 덩치가 커진 교회와 그 교회 안에 있는 자신을 향해야 합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님이 가장 격노했을 때가 언제인지 잊어버리셨나요! 성전에서 돈 장사를 하면서 더럽히고 있는 이들을 쫓아내며 예수님은 분노하셨습니다. 지금 예수님이 한국교회에 오면 어떤 심정이시겠습니까, 참담하실 겁니다. 예수님은 정결 법으로 온갖 차별과 냉대를 받는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고 품으셨지만, 로마의 권력과 손을 잡고 율법주의에 빠져서 사람은 보지 않고 교만했던 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그들의 손을 들어 준 건 그들이 더 깨끗하고 선하고 아름답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차별과 편견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을 차별하는 이들의 어리석음과 오만을 폭로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날 개신교가 겪는 문제는 동성애 때문에 생긴 게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분들이 왜 그리도 예수님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에 가담하고 옹호하면서 힘없는 이들을 심판하십니까? 그들이 원하는 건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겁니다. 이 땅에서 이성애자들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면서 살겠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잘못입니까. 그들은 세금도 내고 투표권도 있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그들에 대한 감정과는 상관없이 그들을 사회적으로 차별을 해도 좋을 만한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개신교인들의 자유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다만 동성애자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개신교인들도 똑같은 죄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게 그리스도인들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개신교에서 말하는 죄 때문에 개신교인들이 차별을 받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고 하시겠죠. 지금 동성애자들이 그처럼 말 같지 않은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개신교인들의 말대로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면 다른 죄를 가진 이들을 차별하고 벼랑 끝으로 모는 뻔뻔한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이 그러라고 십자가를 지신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정운기 / 인천 어느 동네에서 밥을 벌고 가끔 책도 읽고 어쩌다 못난 글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는 합정의 어디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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